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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리스트를 꿈꿨던 10년차 약사입니다. 신문과 방송 속 의약보도를 꼼꼼하게 읽고 필요한 정보를 나눕니다. Ms.삐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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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해 전 레이건 대통령이 자신의 "치매" 투명 소식을 알렸을 때 그저 놀랍다고만 생각했었다.  치매(Dementia)를 터부시 하는 한국 정서 때문인지도 모르겠지만, 이 독특한 미국인의 특별한 방식의 '노블리스 오블리주'에 감탄했다는 기억이 떠 오른다.

암 투병중이라는 사실이 알려졌던 '지미 카터' 대통령이 카터 재단의 행사에 나와 자신의 항암치료기를 공개했다.

 

<지미카터 재단의 행사에 참여한 카터 대통령 부부 - 사진출처 : 연합뉴스-AP통신>

 

뇌로 암이 전이된 4기(말기라는 표현은 쓰지 않겠다. 그는 아직 치료할 약이 남아있다. 비록 원래 암이 생긴 부위에서 멀리 떨어진 뇌 까지 암이 전이되었다고 해도, 치료할 약이 남아 있는 그는 정말로 마지막-terminal-은 아니니까) 환자가 어쩌면 고통스러울 수도 변해가는 모습이 옛날과 같지 않을 수도 있는 치료 과정을 공개하다니... 대통령은 아니어도 여러 유명인들의 치료 과정을 곁에서 지켜봤던 입장에서 그의 결정이 존경스럽다.

 

지미카터 대통령이 앓고 있는 병은 피부암의 일종인 흑색종(melanoma). 피부암은 크게 Basal cell carcinoma(기저세포암)과 흑색종(melanoma)이 있다.

 

미국의 암 통계인 SEER Data의 가장 최근 자료에 따르면, 2015년 한 해 동안 미국 전역에서 73,870명이 새로 진단 받고(전체 신규 암 환자의 4.5%), 9,940명이 사망할 것으로 추정되는(암 사망자의 1.7%) 미국 내 발병율 6위의 암이다. 그러다 보니 신약 개발 역시 활발하다.

 

BRAF를 비롯해 2010년대 초 피부암을 일으키는 데 관여하는 몇몇 유전자들이 잇달아 발견된 것도 있고, 그 유전자들의 활성이 폐암 등 타 암종에서 발현되는 것이 확인되면서 임상시험 또한 활발하다.

이필리무맙(Ipillimumab,예르보이-Yerboy, 국내 상품명은 여보이, 정식 출원 이전부터 예르보이로 불러와서 참 입에 안 붙는다), 베무라페닙(Vemurafenib, 젤보라프 - Xelboraf)을 뒤 이을 수많은 항암제들의 개발에 이어 줄줄이 사탕처럼 대기 중인 신약들.

 

 

그렇다면 한국의 흑색종 발병율은 어떨까?

놀랍게도 국가 암 정보센터 홈페이지엔 흑색종 분류가 따로 없다. 기저 세포암과 합친 피부암 수치도 흔히 말하는 10대 암의 규모에 들지는 못한다. 전체 암 발생건 22만건 중 약 4천 건 정도가 신규 발생했으니 2% 정도라고 알려져 있다.

그 카터 대통령이 치료 중이라고 공개한 약물은 엠에스디(MSD)가 내놓은 항암제 키트루다(Keytruda). 

 

이쯤에서 같이 보는 우리나라 대표 뉴스 통신사 기사 한편)

보도원문은 아래와 같다.

 

작년 미국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새 면역치료제 키트루다(Keytruda)가 치명적인 피부암인 흑색종과 폐암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는 임상시험 결과가 발표되면서 암치료제로 새로이 각광을 받고 있다.

머크 제약회사가 개발한 키트루다(성분명:펨브롤리주맙)는 2011년 FDA의 승인을 받은 항암 면역치료제 예르보이(브리스톨-마이어스 스큅 제약회사)보다 진행성 흑색종 치료 효과가 탁월하다는 임상시험 결과가 발표됐다고 헬스데이 뉴스가 20일 보도했다.

이와 함께 키트루다가 기존의 치료제가 듣지 않는 진행성 비소세포폐암(NSCLC) 환자의 거의 절반에게서 종양을 축소시키는 효과가 나타났다는 임상시험 결과도 발표됐다.

이 2건의 임상시험 결과는 모두 필라델피아에서 진행 중인 미국암연구학회(American Association for Cancer Research) 연례회의에서 발표되는 동시에 의학전문지 뉴 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최신호에 게재됐다.

암세포가 전이된 진행성 흑색종 환자 834명을 대상으로 키트루다와 예르보이의 효과를 비교하기 위해 16개국에서 진행된 임상시험에서는 키트루다가 투여된 환자는 46%가 6개월 후까지 종양이 더 이상 자라지 않았다. 예르보이가 투여된 환자는 이 같은 효과가 나타난 경우가 26%에 머물렀다. 1년 생존율은 키트루다 그룹이 투여량에 따라 68~74%, 예르보이 그룹은 58%로 나타났다. 부작용 발생률도 키트루다 그룹이 12%로 예르보이의 20%보다 낮았다.

폐암 환자에 대한 임상시험은 암세포가 면역체계의 공격에 대항하기 위해 만드는 PD-L1 단백질 수치가 높아 기존의 항암제가 듣지 않는 소세포폐암 환자 495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결과는 키트루다가 투여된 환자의 거의 절반에게서 종양이 축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머크 제약회사는 키트루다를 폐암 환자에게도 쓸 수 있도록 적응증 확대 승인을 FDA에 신청했다. 키트루다는 원래 흑색종 치료제로 FDA의 승인을 받았다. 키트루다와 예르보이는 모두 역관문억제제(immune checkpoint inhibitor)이다. 면역관문이란 말하자면 면역세포의 지나친 행동을 차단하는 면역체계의 검문소이다.  그런데 암세포는 면역관문 분자들로 자신의 몸을 치장해 면역체계의 눈을 피하면서 면역체계의 공격으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한다. 다만 예르보이는 전반적인 면역세포의 횡포를 억제하는 면역체계 스위치인 CTLA4를 억제하는 데 비해 키트루다는 암세포를 표적으로 하는 암세포 특이 스위치인 PD1을 차단하는 것이 다르다.  이 임상시험 결과에 대해 칼럼비아 대학 메디컬센터 종양과장 개리 슈워츠 박사는 이 새로운 면역치료제들이 많은 다른 종류의 암에도 효과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논평했다.

 

머크 라고 쓰여서, Merck Serono사인 독일계 머크 인 줄 알았다는 건 함정... 국내 유통되는 약품 사진에서 볼 수 있듯 미국의 Merck(Merck&Co)는 미국 이외의 지역에서는 MSD라는 사명을 쓰고 있고, 한국에서도 한국 MSD를 공식 사명으로 쓰고 있다. MSD는 마포구 공덕동에 머크는 강남구 삼성동에 있다는 것도 명확히 다른 회사라는 근거.    

 

사족은 논외로 하고, 실제로 한국에서 키트루다를 모든 흑색종 환자에 사용할 수 있을까? 

 

국내 키트루다 허가사항은

이필리무맙 투여 후 진행이 확인된 수술이 불가능하거나 전이성인 흑색종의 치료.

다만 BRAFV600E 변이가 확인된 경우에는 BRAF 억제제와 이필리무맙 투여 후에도 진행이 확인된 환자여야 한다.

 

즉, 신약을 위한 허가임상을 진행하고 받을 때와 무관하게 한국에서 키트루다를 쓰려면, 전이성 흑색종 환자이면서 이전에 이필리무맙을 이용한 치료를 받았고, 그 치료에 실패해야 한다. 즉 2차 치료제이면서 비급여라는 얘기. 폐암에는 아직 쓸 수 없다.

BRAFV600E 변이가 있는(약 네명 중 한명 꼴 이라 했다) 경우라면, BRAF 억제제인 베무라페닙, 이필리무맙 치료에 모두 실패하고 암이 진행된 환자 여야 한다.

 

 

FDA는 심사 승인 정보를 공개한다. 한국 식약처와는 다르게... 누구나 어떤 근거로 어떤 절차를 거쳐서 약물이 승인 되었는지 알아볼 수 있다. 이런 곳이 진짜 정보의 천국이겠지!

 

(여기서 부터, 24 page로 된 약물 승인 보고서 정독 후에 쓰는 이야기) 

Pembrolizumab (이전에 MK-3475로 알려졌던)은  IgG4/kappa isotype의 단클론 항체 약으로, PD-1(programmed cell
death-1 receptor)과 그 리간드 사이(PD-L1, PD-L2)사이의 상호작용을 방해한다. 특히, PD-1 수용체는 면역 세포인 T 세포 위에 있어, T세포의 증식과, 사이토카인의 생산을 막는다는 말씀.(사이토카인 폭풍이라는 단어가 메르스 사태 때 화제가 됐었고, 덕분에 최신 시사의 흐름을 반영한다는 모 언론사 필기시험에도 출제됐었다는 썰도) 

카터 대통령이 펨브롤리주맙이라는 이름을 외는데만 3주가 걸렸다는 이 약은 아무튼 그렇게 PD-1의 면역관문을 억제하는 것으로 추정된

다.

 

마치 흑색종 임상시험이 800명 규모로 이뤄진 것 같지만,

흑색종 허가 당시의 임상시험은 173명을 대상으로 89명은 3주에 한번씩 2 mg/kg를, 나머지 84명은 10 mg/kg를 투여 받았고, 이 때 1차 목표치인 반응률 10%를 넘겨 24%의 ORR을 기록했다. 1명은 암이 완전히 사라졌고, 나머지 20명은 부분적으로 암이 줄어드는 효과를 보였다. 종양학적 용어로는 완전관해 1명, 부분관해 20명의 우수한 성적을 거뒀다라고 쓸 수 있겠다.

이 지루하디 지루하고 복잡한 임상시험 과정을 거쳐서 최종 용량은 2mg/kg를 3주마다 1번씩 정맥주사로 투여 받는 것으로 결정됐다는 것 이다. 하지만 한국을 비롯한 동양권에서는 흑색종 환자는 많지 않다는 사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부에 생긴 점, 알고 봤더니 암. 같은 정보 반 낚시 반의 제목 덕분에 점의 크기가 커진 건 아닌 지 이거 암은 아닌지 뚫어져라 쳐다보고 병원을 찾는 사람들은 많아졌지만. 그러다보니 한국 내 관심은 자연히 FDA에 적응증 확대 승인 신청을 했다는 폐암 관련 임상에 모아질 수 밖에 없다.

(이쯤에서 의아의아!  Merck & Co. 본사, 홈페이지의 보도자료를 확인 하고 보니 우리나라 보도는 정정되어야 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링크 참고 : http://www.mercknewsroom.com/news-release/oncology-newsroom/treatment-advanced-non-small-cell-lung-cancer-nsclc-keytruda-pembroli)   

 

보도자료의 내용대로라면, 적응증 확대를 신청하고 NEJM과 AACR에서 발표된 암종은 소세포 폐암이 아닌, 비소세포폐암(NSCLC)이어야 한다. 그리고 NEJM의 결과 역시

Original Article

Pembrolizumab for the Treatment of Non–Small-Cell Lung Cancer

Edward B. Garon, M.D., Naiyer A. Rizvi, M.D., Rina Hui, M.B., B.S., Natasha Leighl, M.D., Ani S. Balmanoukian, M.D., Joseph Paul Eder, M.D., Amita Patnaik, M.D., Charu Aggarwal, M.D., Matthew Gubens, M.D., Leora Horn, M.D., Enric Carcereny, M.D., Myung-Ju Ahn, M.D., Enriqueta Felip, M.D., Jong-Seok Lee, M.D., Matthew D. Hellmann, M.D., Omid Hamid, M.D., Jonathan W. Goldman, M.D., Jean-Charles Soria, M.D., Marisa Dolled-Filhart, Ph.D., Ruth Z. Rutledge, M.B.A., Jin Zhang, Ph.D., Jared K. Lunceford, Ph.D., Reshma Rangwala, M.D., Gregory M. Lubiniecki, M.D., Charlotte Roach, B.S., Kenneth Emancipator, M.D., and Leena Gandhi, M.D. for the KEYNOTE-001 Investigators

N Engl J Med 2015; 372:2018-2028May

(http://www.nejm.org/doi/full/10.1056/NEJMoa1501824)

 

비소세포 폐암이며 연구 결과 역시 보도 원문과 완벽하게 일치한다.

미약한 개인의 힘으로라도 정정하자면,

 

495명이 Assign 된 것은 맞지만, 최종 분석에 사용된 수치는 313명 뿐 이다. 일종의 종양 표지자인 PD-L1의 비율이 50% 이상 감소한 총 73명의 환자들  중 45.2%에서 완전 또는 부분 관해를 나타내는 overall-response rate (ORR)을 보였으니, 전체 환자의 50%에서 종양이 다 줄어든 것도 아니다. PD-L1이 50% 미만 줄어든 103명의 환자 중 완전 관해율은 16.5%, PD-L1 수치가 1%도 줄지 않은 28명 중 종양이 줄어든 환자는 10.7%로 낮아진다. 그도 그럴 것이, 키트루다의 작용 기전이 PD-1과 PD-L1 사이의 상호작용을 막는 것 이니 말이다. 모든 환자 를 대상으로 한 ORR은 19.4%이니 절반과는 차이가 꽤 크다.

 

반응이 지속된 기간의 중간값(median, 평균이 아니다. 전체 환자를 100명으로 보면 그 중 50등의 위치를 나타내는 값이다)은 12.5개월, 종양이 더 이상 자라지 않는 상태로 유지되는 기간을 뜻하는, 무진행생존기간(PFS : Progression Free Survival)의 중앙값은 3.7개월 이었다. 전체 환자들의 생존기간의 중앙값(Overall Survival, median)은 12.0개월 이었으나, PD-L1이 50%에 못 미치게 감소한, 즉 반응 성적이 상대적으로 좋지 못했던 환자들의 경우에는 6.3개월로 전체 평균에 미치지 못했다.

 

이를 바탕으로 미 식품의약국인 FDA에 적응증 확대 신청을 했고, 이 검토 신청은 6월에 받아 들여 졌다.

 

적응증 확대의 승인 여부가 판별될 것으로 알려진 날짜는 10월 2일, 적어도 PD-L1의 감소를 보이는 폐암 환자들에게들에게는 어쩌면 또 다른 터닝포인트가 될 수도 있으니,

 

10월 2일, FDA가 내릴 Target Action을 기다려 본다.

 

 

 

 

 

 

 

 

 

 

Posted by Ms.삐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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