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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리스트를 꿈꿨던 10년차 약사입니다. 신문과 방송 속 의약보도를 꼼꼼하게 읽고 필요한 정보를 나눕니다. Ms.삐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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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따뜻한 사람들 - 열린 의사회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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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이면 가끔 여행 겸 좋은 일 겸 해서 떠나는 열린의사회 봉사활동.

 

열린 '의사'회 라는 이미지, 그리고 '의료봉사'라는 단어에서 꼭 의사/간호사만 갈 것 같은 생각들을 하시는데, 선발자 명단에서 확인할 수 있듯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건 역시, 자원봉사자

 

또 의사 간호사를 제외한 직역의 사람들도 많다는 것 

봉사의 시작과(병원 약국에서 일할때는 '상을 차린다'라고 불렀던 조제 준비과정. 식탁차림과 비슷해서 상차림이라고 하는데, 누군가는 먹게 될 테니 상차림과 일맥상통?) 끝(진료가 끝나고 나서 약을 받으러 오시니 늘 모든 진료의 마지막은 약국!)을 함께 하는 약사 또한 의료봉사에서 나름 중요한(!) 역할을 하는 한 축 중의 하나다.

 

"의료봉사 와 있어" 라고 했더니 "니가 그걸 왜 가?" "가서 뭐 하는데?" "약도 줘?" 등등의 의아함을 표현했던 동생 포함 지인분들.

이번 포스팅 이후로 어떤 일을 하는 지 알아 주시기를^^;

 

되돌아 생각해보면 약대생이던 때 나 역시도 마음만 있으면 손 쉽게 참여할 수 있는 의료봉사가 있는 줄 몰라서,

꼭 제제부에 가입해야 만 '약활'을 갈 수 있는 줄 알고, 삼부를 바꿀까 말까 고민을 했던 기억들,

국시를 보느라 달달 외웠던 '약사법' 에도 약사의 조제, 투약 활동의 범위에 대해 '무약촌 - 의원은 물론 약국 마저 없는 지역' 에서의 예외 조제 행위만 규정하다 보니 여러 직역이 함께하는 의료봉사에의 참여는 생각도 못했었단  기억들까지.

 

마음만 있다면 참여할 수 있는 기회는 얼마든지 있으니, 꼭 특정 동아리나 학회에 가입해야만, 장장 예닐곱시간 배를 타고 들어가서 불면 날아갈까 약포지를 접느라 고생했단 무용담 없이도 가능하다는 것, 약대생, PEET 시험을 보고 약대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 그리고 약사가 뭘 하는지 직업체험을 해 보고 싶다는 궁금증 해결 포함 이 모든 것들은 열린의사회에서 가능하다는 것, 학부 때 나처럼 선후배관계, 그리고 가고 싶은 의료봉사 사이에서 갈팡질팡 더 이상은 고민하지 마시기를! 

 

 열린의사회 봉사지에 가면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여행가방. 당일 봉사에도 1박 2일 봉사에도, 해외 의료봉사에도 빠짐없이 함께 한다.

이게 웬 여행가방 인가 싶지만, 그 여행가방 안엔 산더미 같은 약이 잔뜩 들어 있다. 의료봉사 약국편 그 첫 단계가 저 약 들을 정리하는데서 시작되는 이유다.

 

 

저 산더미 같은 약들을 이름별 또는 계열별로 분류 하는 작업을 거치고 나면,

약국 조제실에서 봄 직한 정리된 약의 모습들로 거듭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렇게 준비를 하는데서 1단계 끝.

 

<지난 5월, 경기도 이천 봉사 때 썼던 약들. 가지런히 놓아 둔 After의 모습만 보여드렸는데, Before의 모습은 동영상에 잠시 나오는 가방의 모습으로 대체?>

 

봉사지 약국에 갔을 때 늘 약사 2인 이상 + 봉사자 또는 이번처럼 3인 이상의 약사(그래서 봉사자 없어요)로 봉사를 주로 하다보니, 조제를 전담하는 약사가 늘 있었다. 그래서 사실 손 가는 대로 계열별 정렬을 해 왔는데, 경우에 따라서는 가나다 배열이 나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거듭되는 봉사를 통해 최적의 약 배열을 찾는 것도 또 하나의 목표?)

 

<처방전을 확인하고 조제를 하는 모습, 장소만 바뀌었을 뿐 약국과 똑같다 - ⓒ열린의사회>

 

이렇게 조제 준비를 끝내고 나면 들어오는 처방전을 확인하고, 약을 조제한다. 

처방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여기서는 컴퓨터가 없으니까, 함께 쓰면 안되는 약은 없는지 2번 먹어야 하는데 3번으로 처방난 경우는 없는지 등등 약국과 똑같이 처방 검토 과정을 거치는 건 물론이다.

 

이처럼 실제 약국과 완전히 똑같이 모든 봉사과정이 진행된다. 자동 조제기가 없다는 점은 다를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학교에서 가는 약활이나 봉사활동 처럼, 더운 여름날 선풍기도 없이, 창문도 못 열고 약포지를 수백장 접어야 하는 것 보단 훨씬 더 나은 환경, 또 동네약국의 업무와는 거의 비슷한 조건이다.

 

<파란색 캡슐은 매트릭스의 파란약? 진해거담제인 아세틸시스테인 처럼 보이는데, 정확한 건 글쎄^^; - ⓒ열린의사회>

 

 조제가 완료되고 나면 포장기로 약 봉투의 입구를 밀봉하고,

 <약포지에 열을 가해서 밀봉하는 약 포장기. 봉사지임에도 불구하고 약 포장기는 늘 2대씩 우리와 함께 한다 - ⓒ열린 의사회>

이렇게 조제 완료 투약 준비 끝!

 

투약을 하면서는 약국에서 하는 것 처럼 복약지도를 하기도 한다.

지난 봄 봉사 때는 선생님께 폐렴이라고만 말씀하셨던 환자분, 그래서 진료기록지에 Pnuemonititis? Tb? 로 감별 진단이 필요하다 쓰여있던 환자분 께

드시는 약이 무엇인지(대개 결핵약은 식전에 복용, 식후즉시 복용, 식사와 함께, 주황색, 노란색, 흰색 크고 작은 알약 등 - 일명 HERZ 요법 - 특색이 분명하다)

 

 

"주황색 약 드세요? 언제요? 아침에.. 하루 한번이죠, 밥먹기 전이죠?" 등등 질문 세례를 퍼부은 끝에, 비활동성 결핵으로 진단받고 약을 복용중이셨음을 알아 내기도 했다.

 

<봉투를 쓰고, 약의 복용법을 설명하고 또 써가며 투약 활동 - ⓒ열린 의사회>

이렇게 복약지도까지 완료하면 한 Case의 약국 업무가 끝!

 

환자분들이 오실 때 마다 업무를 반복하고 또 반복 하다보면, 가운이 입고 싶고, 회사를 벗어나 하루 쯤 마음 따뜻한 일을 하고 싶은 기분이 온전히 채워지는 느낌을 받곤 한다!

오전/오후 진료가 모두 끝나고 나면 약은 다시 여행 가방으로, 자동 포장기도 이삿짐 박스안으로 다음 봉사를 기다리며 얌전히 들어가고, 그러면 열린의사회와 함께하는 보람찬 봉사 일정은 완전히 끝!

 

글 만으로 불충분하다, 조제와 복약지도의 생생한 현장이 궁금하다 하시는 분! 친절한 목소리로 특제 설명까지 붙여 드릴테니,

Welcome to 열린의사회 

 

 

<이상, 9월 보단 빨라졌지만 아직도 온라인 서포터즈에서 Side effect를 담당하고 있는 희원이었습니다>

 

 

 

Posted by Ms.삐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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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과 건물의 1층 약국에서 일 하면서 하루에 1~200장의 가루약을 조제해 가며 살았던 때를 생각하면

사소해 보이고 당연해 보이는 약 인데도, 엄마들은 걱정도 많고, 염려도 질문도 많다.

아마도 내 아이를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이겠지?

지난 10월 1일 식약처의 어린이 감기약 허가사항 변경에 맞춰, 신문도 방송도 앞 다퉈 보도를 했다.

어린이 감기약 시럽들을 다루며

미국에선 2006년까지 감기약을 먹은 어린이 122명이 숨지고, 2004~2005년까지 고작 2년동안 만 2살 미만의 영유아 1500명이 경련 및 의식저하 같은 부작용을 겪었다는 내용이었다. 기침, 콧물, 가래 같은 감기 증상을 개선해 주는 성분이 아기에게 문제를 일으켰기 때문으로, 2008년 부터 미 식품의약국인 FDA는 만 2살 미만 아이의 감기약 복용을 금지시켰다.

하지만 국내에선 '만 2살 미만의 영아는 의사의 진료를 받습니다'라는 글을 애매모호하게 적어뒀을 뿐이었다. 다만 이날부터는 아래 처럼 '2살 미만 복용 금지'라는 문구를 넣도록 했다.

용법·용량 변경대비표

항 목

기 허 가 사 항

변 경 ()

용법·용량

(생략)

2세 미만 : 의사의 진료를 받는다.

<신설>

 

(이하 생략)

(기허가사항과 동일)

<삭제>

2세 미만에게 투여하지 않는다. 다만, 꼭 필요한 경우 의사의 진료를 받는다.

(기허가사항과 동일)

122명의 영 유아가 감기약 때문에 사망한 것은 사실이다.

단, 성분이 나쁘거나 어린이에게 유해해서가 아니라, 항히스타민제 또는 비충혈제거제로 사용된 성분의 용량이 과다했기 때문으로 적시되어 있다.

또 2004~2005년 1519명의 영유아과량복용을 포함한 부작용 때문에 응급실을 방문했다. 

단 어린이에게 어떤 용량을 투여했을 때 이러한 독성을 일으키는지 알지 못하기 때문에 OTC 복용을 금지하고, 적절한 처방을 받도록 하는 것이므로, OTC 감기약이 나쁘기 때문이 아니라, 무분별한 복용시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다만 그 대처에 있어서 한국과 미국이 다른 것이 있다.

한국은 제품 설명서에 반영하는 것이 끝이라면,

미국은 FDA 홈페이지에 별도의 홈페이지를 만들고, 보호자를 위한 안내문을 작성하며, Drug label이라고 부르는 환자용 설명서(한국의 제품에 동봉된 제품 설명서와는 다른 것이다)를 별도 심사하는 과정을 거치도록 했다.

한국은 10/1 이후 생산 되는 부분에 대해 제품 설명서가 변경 되는 것 으로, 현재 약국에 나와 있는 소아용 제품의 설명서 변경에는 적용되지 않는 문제가 또 있다.

그런가 하면 미국은 대다수의 어린이 감기는 약을 먹지 않아도 회복된다고, 말 하고 있다.

물을 충분히 많이 먹이고, 식염수로 비강(코 안)을 세척해 주며, 열이 날 때만 해열제를 먹이도록 권고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이 모든 권고사항과 결정을 내리게 된 배경인 전문가 회의의 회의록도 외국인인 나 역시 자유롭게 열람할 수 있을 만큼 공개 하고 있다.

환자, 나아가 대다수의 국민의 안전한 의약품 사용을 위해 언론과 정부가 지향해야 할 방향이 어디인지 생각하게 해 주는 보도인 것 같다.

더불어 정확한 사실 확인은 Original Source인 미국 FDA 홈페이지 까지 확인 해야만 가능하다니, 전문가의 보도 치고는 기본적 사실 확인 면에서 아쉬운 점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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