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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리스트를 꿈꿨던 10년차 약사입니다. 신문과 방송 속 의약보도를 꼼꼼하게 읽고 필요한 정보를 나눕니다. Ms.삐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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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19~20일에 걸쳐, 신문, 방송 들에 획기적인 뉴스가 전해졌다.

 

뚜렷한 치료 방법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던 파킨슨 병을 치료할 만한 약이 나왔다는 소식이었다. 새로운 신약이 나온 것이 아니라, 기존에 다른 목적으로 쓰던 약을 다른 병의 치료에 썼다는 소식 이었다. 성공적인 결과라면 아마도, '적응증 확대'의 경우에 해당 될 것이었다. 주인공이 된 약은 만성백혈병치료제로 허가받고 또 쓰이고 있는 타시그나. 2010년에 한국에도 도입된 약물이다.

 

 <닐로티닙 성분의 약, 타시그나, 해와 달 그림이 인상적이다. 1일 2회 복용하는 약 이라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 해와 달 그림을 그려 넣었지만, 해와 달 패키지 안의 내용물을 똑같다>

 

타시그나의 허가된 적응증, 즉 효능 효과는 만성 골수성 백혈병. 식약처 온라인의약도서관(http://drug.mfds.go.kr/html/search.jsp)에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아래와 같다.

 

효능효과

  1. 새로 진단된 만성기의 필라델피아 염색체 양성 만성골수성백혈병(Ph+CML) 성인 환자의 치료.

이 약의 유효성은 주요분자학적, 세포유전학적 반응율을 근거로 하고 있다.

  2. 이매티닙을 포함하는 선행요법에 저항성 또는 불내성을 보이는 만성기 또는 가속기의 필라델피아 염색체 양성 만성골수성백혈병(Ph+CML) 성인 환자의 치료.

이 약의 유효성은 세포유전학적, 혈액학적 반응율을 근거로 하고 있다. 질병과 관련된 증상 개선이나 생존율 증가와 같은 임상적 유익성을 나타낸 임상시험은 없다.

 

보도대로라면 이 효능 효과에 3번 항목이 생겨야 할 텐데, 정말일까?

타시그나는 파킨슨 환자를 일으킬 수 있을까? 어떤 가능성이 보인 것 일까?

 

이쯤에서 찾아보는 보도 원문, 미국 NBC 방송의 보도 내용을 보고 작성된 국제면 기사다.

(실험과 시험의 차이도 구분하지 못하고 쓴, 초보적 실수 투성이의 기사지만 많은 사람들이 신뢰하는 기사이니, 내용의 진실성은 차치하고 원문 그대로를 인용한다)

 

누워있던 파킨슨병 환자 일으킨 백혈병약(10/20 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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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킨슨병의 획기적인 치료방법이 나왔다. 아직 소규모 임상실험 단계지만 중증 파킨슨병 환자들의 운동능력을 회복시킬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NBC방송 등 미국 언론들은 조지타운대 치매·파킨슨병 연구실 샤벨 모사 박사팀이 백혈병 치료제인 닐로티닙(제품명 타시그나)을 이용한 파킨슨병 치료방법을 개발했다고 보도했다. 연구팀은 파킨슨병과 루이바디병(퇴행성 치매) 환자 12명을 대상으로 소량의 닐로티닙을 6개월간 투약한 결과 10명이 운동능력을 회복하고 증세가 호전됐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닐로티닙이 자가소화작용을 촉진시키는 점에 착안했다. 많은 양을 투약하면 자가소화작용으로 백혈병 세포를 죽이는 효과를 내지만, 소량을 오래 투약하면 세포가 죽지 않으면서 내부의 독성단백질을 제거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파킨슨병은 신경전달을 돕는 알파시누클레인 단백질이 세포 안에 쌓여 발생한다. 도파민을 함유한 신경세포가 소실되면서 몸이 뻣뻣해지거나 제대로 가눌 수 없게 된다. 말이 어눌해지고 심해지면 음식물을 삼키기도 어렵다.

 연구팀이 이날 공개한 비디오에서 임상실험에 참여한 메리 리(여·88)는 닐로티닙 투약 전 몸을 제대로 가누지도 못했지만, 6개월이 지난 뒤 직접 수프를 떠먹고 몸을 일으켜 휠체어에 탈 정도로 증상이 호전됐다. 딸 엘리자베스는 NBC
와의 인터뷰에서 “어머니는 불과 몇 달 전까지 얼어붙은 사람처럼 꼼짝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1997년 발병한 조지아주립대 명예교수 앨런 호프먼(74)도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던 내가 스스로 옷을 입고 세탁통에 빨래를 넣거나 바비큐 그릴을 다룰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NBC의 방송 뉴스(실제 메리 리의 영상)  

Click!! http://player.theplatform.com/p/2E2eJC/nbcNewsOffsite?guid=f_os_parkinsons_151016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바탕으로 정식 대규모 임상실험에 나설 예정이다. 임상실험을 통과하면 파킨슨병·헌팅턴병 같은 퇴행성 질병은 물론 알츠하이머병·루이바디병 등 치매치료에도 획기적인 길이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닐로티닙은 28알에 1만 달러(약 1120만원) 가량으로 비싸지만,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의약품이라는 장점이 있다. 다른 신약보다 상용화를 앞당길 수 있다는 의미다.

해당 임상시험의 내용(Script)을 Clinical Trials.gov에서 검색하면 아래와 같이, 해당 임상시험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NCT02281474)

 

 

연구의 정식 명칭은

"Open Label Dose Escalation of Nilotinib in Cognitively Impaired Parkinson Disease Patients With Elevated Cerebrospinal Fluid and Blood α-Synuclein" 이고,

연구 단계는 가장 기초 단계인 1상이다.

 

Condition Intervention Phase
Parkinson's Disease
Parkinson's Disease Dementia
Diffuse Lewy Body Disease
Drug: Nilotinib
Phase 1

 

36명의 환자를 등록했지만, 최종 보고된 Report에서는 12명에게 투약이 완료됐다.

(나머지 24명은? 임상을 마치지 못했겠지만, 어떠한 이유로 해당 임상시험을 끝까지 진행하지 못했는지 알 길을 없다. 현재로서는)

또한 연구의 목적을 해당 연구진은

" This pilot study will test Nilotinib's ability to alter the abnormal protein build up in Parkinson disease and Diffuse Lewey Body Disease patients ." 그리고, "If successful, this drug could be used to slow down or stop the progression of disorders that involve abnormal collection of misfolded proteins. However, the main purpose of this pilot study is to check for the safety of using this medication at this level."라고 밝히고 있다.

 

 

연구의 주된 목적은 해당 수준에서 이 약물을 사용하는 것의 안전성(Safety)를 확인하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이는 임상시험의 성격만 알아도, 이해하기 쉬운 정보다. 크게 임상시험은 IND(임상 - 사람에게 투여해서 확인하는 시험 연구 - 연구를 위한 신물질 허가), 와 NDA(신약 허가)가 두개의 큰 기점이고, 그 단계는 IND를 받기 이전의 전임상(흔히 동물실험이라고 하는 단계), 1~3상/4상 까지 그 성격이 각각 다르다.

 

그 단계적 특징은 아래와 같다. 신약개발일 때의 경우인데, 대개는 정상인을 대상으로 하지만, 치료 영역의 확대 등 이미 다른 환자군에서 안전성이 확인된 경우는 1상이라도 대상을 정상인이 아닌 환자로 하는 경우도 있다.

 

또 항암제, 항바이러스제의 일부인 anti-retrovirus, 일명 AIDS 치료제 등 건강자원자에게 투여하기에는 Risk가 큰 약물들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정상인이 아닌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시험을 진행하곤 한다.

 

 

조금 더 자세히 보면,

 

 

 

즉, 닐로티닙 임상과 같은 경우 앞선 정보에서도 확인할 수 있고, 임상의 단계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치료방법의 유효성 검증은 Secondary endpoint, 즉 부차적 목표였을 뿐이다. 앞으로 적응증 확대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Phase 2b/3의 임상시험 까지 마쳐야 하므로 갈 길은 멀다. (빨라도 2년 이상이라는데, 위 정보에 따르면, 아직 2상에 대한 임상연구 등록서 조차 접수되지 않은 상황이므로, 결론은 당장은 한국에서는 물론 미국에서도 쓸 수 없다는 것이다) 

해당 임상시험의 등록 및 제외기준 또한 한정적이었다.

Inclusions criteria:

  1. Written informed consent
  2. Capability and willingness to comply with the study related criteria
  3. Patients between the age of 40-90 y
  4. Diagnosis of PD according to the UK Brain Bank Diagnostic Criteria
  5. Early PD subjects with MMSE between 23-30.
  6. Hoehn and Yahr stage <2
  7. Stable treatment (>4 weeks) with MAO-B inhibitor (Selegeline up to 10mg/d or rasagiline up to 1 mg/d) allowable
  8. Patients not needing dopamine agonist or levodopa therapy presently or at least for the next 6 months
  9. Idiopathic PD with NO genetic mutations (autosomal recessive or dominant)
  10. Detectable levels of CSF for blood and CSF Alpha-Synuclein

Exclusion Criteria:

  1. Patients with a known genetic form of PD that does not involve alpha-synuclein.
  2. Unwillingness to undergo lumbar punctures
  3. Immeasurable CSF α-synuclein.
  4. Presence of dementia or severe cognitive impairment that would not permit the patient to give adequate feedback for potential side effects.
  5. Unwilling to be in an off state for UPDRS assessment.
  6. Pre-menopausal women
  7. Patients with autosomal recessive (PARKIN, PINK1 or DJ1) or dominant mutations (LRRK2)
  8. Patients with hypokalemia, hypomagnesaemia, or long QT syndrome.
  9. Concomitant drugs known to prolong the QT interval
  10. Strong CYP3A4 inhibitors
  11. Any drugs or foods that may interact with Nilotinib as stated in the Package Insert (PI).
  12. Medical history of liver and pancreatic diseases.
  13. Clinical signs indicating syndromes other than idiopathic PD, including supranucelar gaze palsy, signs of frontal dementia, history of stroke, head injury or encephalitis, cerebellar sings, early severe autonomic involvement, Babinski's signs.

 

 

즉, 간이나 췌장에 문제가 없고, 파킨슨은 있지만 증상 조절이 잘 되고 있고 향후 6개월간의 치료 필요 여부에 대한 제약도 있는 셈이다.

 

한국에서 타시그나의 가격은 임상연구에 사용된 150mg capsule의 경우 1알에 19701원, 기사에 제시된 28Cap 포장의 가격은 55만 1628원, 기사의 천만원 보다는 훨씬 싸다.

(다시 한 번 느끼는 미국의 높은 약값)

 

 

장기 안전성을 확인 하는 단계는 시판 중인 약이라 생략될 수 있다지만,

그래도 유효성을 확인하는 2상 임상 시험에 대한 계획조차 수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타시그나의 파킨슨 치료제로서의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어쩌면 성급했을 보도였다. (타시그나를 파킨슨에 쓸 수 있는 방법은 당장은 없다. 그리고 그 가능성과 시기 또한 언제가 되겠다라고, 점칠 수 조차 없다)

 

임상시험에 대한 보도를 할 때에는 보도의 단계, 상용화 가능성,

외신 보도의 경우 국내 상황을 함께 보도해 주는 지혜도 필요할 것 같다. 뉴스의 기본 가치인 정확한 정보를 알 국민의 권리를 생각한다면 더더욱 말이다.

 

Posted by Ms.삐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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