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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리스트를 꿈꿨던 10년차 약사입니다. 신문과 방송 속 의약보도를 꼼꼼하게 읽고 필요한 정보를 나눕니다. Ms.삐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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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07.02 [의약보도] 아리셉트가 뭐길래

꾸준히 논란이 있어왔던 한 재벌 총수의 지병이 사실로 드러났다. 형제간 분쟁으로 또 다른 '형제의 난' 이라고도 불리는 중 큰 아들 측 변호사로 부터 아버지가 실은 7년 째 특정 의약품을 복용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폭로 됐기 때문이다. (2016년 6월 28일 통신사 뉴시스 단독보도, 기사 전문 :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1&oid=003&aid=0007316407)

 

기사 속 소개된 약은 총 3개,

치매약인 아리셉트, 수면제인 스틸녹스, 항정신병약인 쎄로켈이 그 대상이었다.

이 중 모두의 관심을 불러일으킨 약은 에자이의 아리셉트, 짐작대로 치매약이라는 그 효능 및 효과 때문이다.

 

각 언론사들 조차 치매약/치매예방약 이라는 의견 사이에서 서로 다른 전문가의 의견을 인용하며 다른 입장과 보도를 내 놓고 있다.

 

아리셉트는 그 용량에 따라 치매의 정도는 물론, 최근 들어 경도인지장애에도 처방 될 만큼 폭이 넓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즉, 이 보도에서 중요한 것은 확인되지 않는 아리셉트, 즉 도네페질의 용량과 2010년으로 알려진 복용 시점이다.

<아리셉트의 다양한 정제, 2010년에 해당 약물을 복용할 순 없었겠지만, 2013년부터는 아리셉트의 최대용량은 23mg으로 늘어났다 사진출처 - 킴스온라인>

 

 

시간이 지남에 따라 약은 생명력을 얻는다. 최소한의 적응증으로 허가를 받고, 시판을 하면서 계속적으로 임상시험을 해서 허가 적응증의 범위를 확대 승인 받는 것이 그 예다. 비단 그것 뿐 만이 아니다. 시장에 나와 처방을 받는 환자가 늘어나고, 경험이 쌓임으로서 확보된 실제 안전성 데이터가 확보됨으로써 더 많은 의사, 약사, 환자, 환자 가족의 신뢰를 얻는 것 까지 더 한다면 2010년의 그 약과 2016년의 약은 다를 수 밖에 없다.

 

한국의 의약품 정보는 공개 범위에 한계가 있다. 식약처 의약품 도서관을 참조하면, 변경 내역, 즉 어떤 항목이 변경되었는지 확인이 가능하지만, 그 내용 까지는 공개하지 않는다. 즉 현 시점의 용량이나 용법, 적응증은 확인 할 수 있지만, 공신력있는 사이트를 통해 일반인이 접근할 수 있는 '약의 역사 추적'은 사실상 불가능한 셈이다. FDA나 EMA 처럼 제출된 보고서나, 당시의 라벨, 심사 의견서 등을 모두 공개하지는 않는 것은 물론이다.

 

FDA와 EMA의 공개 라벨을 통해 아리셉트의 생애를 알아 봐야겠다.

한국에서 아리셉트 5mg은 1998년 8월 3일에 최초 허가를 받았다. 미국에선 1996년 11월 25일에 삶을 얻었다. 안타깝게도 FDA의 허가 보고서의 최초본은 아리셉트의 경우 2004년 부터 열람이 가능하다.

 

이 내용에 따르면, 아리셉트의 적응증(Indication)은 Indicated for the treatment of mild and moderate dementia of Alzheimer's type. 경증 및 중등도의 알츠하이머의 치료에 허가를 받았다는 뜻 으로 이는 한국 내 적응증인 알츠하이머의 치료와도 다르지 않다. 일부 언론들에서 이야기 하는 "신 총괄회장이 치매 예방 목적으로 이 약을 복용했을 수도 있고, 초기 치매 증상을 보였을 수도 있다" 는 보도는 적어도 한국의 허가 적응증 내에서는 일부는 맞을 수도 있지만, 예방 부분은 틀리다. 의약품의 허가 외 사용이라면 가능할 지도 모르겠지만, 현재의 Label 대로 라면 한국이 아니라 세계 어디에서도 아리셉트를 치매 예방 목적으로 쓰는 것은 허용되지 않았다.

 

최초 보도 및 이후 언론들의 보도에 따르면, 아리셉트의 최대 용량을 10mg으로 기술하고 있다. 발병 연령이 대개 55세 이상으로 높다보니 연하곤란을 동반하는 환자도 많아 만들어진 구강 내 붕해정(에비스) 또는 보통 알약의 경우는 10mg이 최대 값이 맞다. 그러나 중등도 및 중증 치매 환자에게는(moderate to severe) 2013년 이후 허가를 받은 아리셉트 23mg 정제가 있어 1일 1회 최대 23mg 까지 복용이 가능한 것이 사실이다. 추가 임상을 통해서 이와 같은 결과를 얻어냈고, 이는 허가에 반영이 되었다. 의약품 관련 보도에서 정확성을 기하기 위해 설명서나 허가 사항을 단편적으로 확인 하는 것이 사소하지만 '오보'의 가능성을 얼마나 남겨 놓게 되는지 보여주는 작은 실마리가 될 수도 있겠다.

 

<아리셉트의 임상시험에서 아리셉트와 관련된 것으로 알려진 이상반응 - 자료출처 : 아리셉트 제품 설명서>

 

 

이와 더불어 국내에서 아리셉트를 판매하면서 실시한 시판 후 사용성적 조사 결과(PMS라고 부른다. 한 때는 PMS가 임상 4상의 전부처럼 받아들여지던 때도 있었지만, Post marketing Surveilance로 정확한 국문 명칭은 앞선 시판 후 사용성적 조사가 되겠고 non-intervention study의 한 형태기도 하다)에 따르면 6년(신약의 경우 대개 재심사 기간을 6년으로 부여 받는다)동안 2563명에게 투여 했을 때 5.31%, 이 중 아리셉트와의 인과관계가 밝혀 진 것은 4.25% 였다. 이 중에는 구역, 구토 등 소화기계 부작용도 있었고, 불면도 비교적 흔한 증상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보다는 더 자세한 미국의 제품 설명서를 보면,

 

 일반적인 이상사례의 발현이야 국내 제품 설명서와 동일 하지만, 용량에 따라 다를 수 있고, 또 용량을 올리는 것이 6주의 간격을 두고 증량한 경우에는 적은 용량을 발현한 경우와 유사했다고 나타나 있다. 이러한 약물의 복용 시 '점증 요법'이 요구되는 이유다. (왜 이런 Report는 똑같은 약 인데도 미국 홈페이지를 찾아야 만 볼 수 있는가)

 

보다 더 자세하게, Clinical Phamacology 부분의 원문을 보면 아래와 같이, 현재까지 알츠하이머 병의 인지 장애와 증상들은 콜린성 신경전달물질의 결핍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 알려져 있고, 아리셉트의 주 성분인 도네페질염산염은 Chollinergic function을 증강시켜 치료효과를 나타낸 다는 것 이다. 그렇지만 이는 기억력 감퇴나 일상생활의 장애를 가져오는 '깜빡증'과 같은 증상 개선 치료를 의미하는 것 일뿐 기저의 치매 진행을 막는 다는 증거는 없다는 것이다.

 

<원문>

Current theories on the pathogenesis of the cognitive signs and symptoms of Alzheimer’s disease attribute some of them to a deficiency of cholinergic neurotransmission.
Donepezil hydrochloride is postulated to exert its therapeutic effect by enhancing cholinergic function. This is accomplished by increasing the concentration of acetylcholine through reversible inhibition of its hydrolysis by acetylcholinesterase. There is no evidence that donepezil alters the course of the underlying dementing process.

 

Quetiapine이나 Zolpidem과의 Major한 Interaction은

쎄로켈과만 Interaction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특별한 징후가 없을 때 선제적으로 용량 조절을 하거나, 병용이 금지되는 Level은 아니다.

 

정말, 아리셉트는 치매 예방 목적으로는 쓰일 수 없는 것일까?

Off-label 정보를 살펴 보니 경도의 인지 장매가 있는 환자에게서 알츠하이머의 예방 목적으로 투여 한 허가 외 사용 정보가 있다. 아리셉트 10mg을 경도 인지장애로 부터 알츠하이머로의 진행을 느리게 할 목적으로 쓴 연구가 있다. 하지만 이런 효과는 769명을 대상으로 한 무작위 배정 임상 연구에서 투여 후 3년 까지는 나타나지 않았다. 다만, 도네페질 투여 군에서는 투여 전 기저 상태의 언어나, 기억, 인지 기능들의 조기 향상을 나타냈고,  이는 일상생활 능력의 향상과 연관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해당 연구는 2005년 NEJM에 실렸다.(Petersen R C, Thomas R G, Grundman M, et al: Vitamin E and Donepezil for the Treatment of Mild Cognitive Impairment. N Engl J Med 2005; 352 (23):2379-2388)

 

다소간의 기억, 인지 기능들의 향상을 보이긴 하지만, 알츠하이머 진행을 느리게 하는 목적도 3년 까지는 결과를 보일 수 없었고, 이 같은 기억, 인지 기능의 개선이 일상생활능력의 개선과 연관되지는 않는다 라면 RCT를 바탕으로 적응증 확대는 어렵지 않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도인지장애와 아리셉트, 도네페질 등을 주제로 한 사용권장이나 불완전한 연구결과에 대한 보도가 왜 이리도 많은지, 2005년 NEJM 논문의 Final report가 아닌 Interin 결과만을 가지고 보도 되고, 수 년이 지나 인용에 대한 확인 없이 다시 재 인용 되는 것은 어떻게 봐야 할 지...

 

뉴스가 생물이라고들 하면서, 한국 뉴스에서 그 생명력은 오직 '사건' 만이 가지는 것 같고, 사건을 뒷 받침 하는 배경 지식은 계속 제자리에 서 있는 것만 같아 아쉽다.

물론 한국에서 '치매 조기 검진 사업'을 정부 시책으로 2010년 부터 해 오고 있고, 인지 기능 개선에 대해 효과를 입증 받은 약은 없지만(입증을 의약품 허가를 기준으로 한다면) 단지 생활습관 개선, 가족의 보살핌 만으로 노인 치매 문제를 해결할 수도 없다지만, 이렇게 경증치매와 경도 인지 장애의 미묘한 경계를 이용해, 사용을 권장하는 듯한 시책과 보도는 글쎄. 생각은 각자의 몫이 아닐까.

 

 


     
Posted by Ms.삐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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