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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리스트를 꿈꿨던 10년차 약사입니다. 신문과 방송 속 의약보도를 꼼꼼하게 읽고 필요한 정보를 나눕니다. Ms.삐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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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6월, 만 12, 13세(2003년~2004년 출생) 여아를 대상으로 자궁 경부암 예방 접종이 필수가 되었다. 3회 접종이 필수이고, 회당 접종 단가는 10만원 대 에서 형성돼 있어, 그 비용이 30만원에 달하는데, 이 같은 접종을 필수화 시켜 무료로 제공 한다는데도 불구하고 논란이 많다.

 

그 대상이 만 12, 13세 아이들로 스스로의 결정권이 없고, 주어진 정보들 간 안전성 논란이 있다/없다가 반복되고 있음에도 정부 기관이 책임 있는 자료 제공이나 현명한 답변을 내놓지 못하고 있어서 일 것이다. 어린 아이가 일괄적으로 맞아야 할 만큼 꼭 필요한 접종인지, 행여 부작용은 없는지 약과 관련한 내용들을 하나하나 따져봐야 겠다.

 

<차례대로 가다실, 서바릭스 - ⓒ킴스온라인>

 

자궁경부암 예방 백신으로 국내 허가를 받은 약은 총 3종, 이 중 무료 접종의 대상이 되는 백신은 가다실(가다실 9가 아니다)과 서바릭스의 2종이다. 

 

 

 제품명

가다실 프리필드시린지

가다실 9 프리필드시린지

서바릭스 프리필드시린지

 판매사

SK 케미칼 생명과학 

MSD 

글락소 스미스클라인(GSK) 

  성분

human papillomavirus type 6 외

human papillomavirus type 6 외

human papillomavirus type 16 외

 ATC 코드

J07BM01 - papillomavirus (human types 6, 11, 16, 18)

J07BM03 - papillomavirus (human types 6, 11, 16, 18, 31, 33, 45, 52, 58)

J07BM02 - papillomavirus (human types 16, 18)

 효능/효과

1.여성,
9-26세 여성에서 인유두종바이러스(HPV)에 의한 다음 질병의 예방:
- HPV 16, 18형에 의한 자궁경부암, 외음부암, 질암, 항문암.
- HPV 6, 11형에 의한 생식기 사마귀(첨형콘딜로마).
및, HPV 6, 11, 16, 18형에 의한 다음의 전암성 또는 이형성 병변의 예방:
- 자궁경부 상피내 선암.
- 자궁경부 상피내 종양 1기, 2기 및 3기.
- 외음부 상피내 종양 2기 및 3기.
- 질 상피내 종양 2기 및 3기.
- 항문 상피내 종양 1기, 2기 및 3기.
2. 남성,
9-26세 남성에서 인유두종바이러스(HPV)에 의한 다음 질병의 예방:
- HPV 16, 18형에 의한 항문암.
- HPV 6, 11형에 의한 생식기 사마귀(첨형콘딜로마)
및 HPV 6, 11, 16, 18형에 의한 다음의 전암성 또는 이형성 병변의 예방:
- 항문 상피내 종양 1기, 2기 및 3기.

1. 여아 및 여성,
9-26세 여성에서 인유두종바이러스(HPV)에 의한 다음 질병의 예방:
- HPV 16, 18, 31, 33, 45, 52 및 58형에 의한 자궁경부암, 외음부암, 질암, 항문암.
- HPV 6, 11형에 의한 생식기 사마귀(첨형콘딜로마).
및, HPV 6, 11, 16, 18, 31, 33, 45, 52 및 58형에 의한 지속적 감염 및 다음의 전암성 또는 이형성 병변의 예방:
- 자궁경부 상피내 선암.
- 자궁경부 상피내 종양 1기, 2기 및 3기.
- 외음부 상피내 종양 2기 및 3기.
- 질 상피내 종양 2기 및 3기.
- 항문 상피내 종양 1기, 2기 및 3기.
2. 남아,
9-15세 남아에서 인유두종바이러스(HPV)에 의한 다음 질병의 예방:
- HPV 16, 18, 31, 33, 45, 52 및 58형에 의한 항문암.
- HPV 6, 11형에 의한 생식기 사마귀(첨형콘딜로마)
및 HPV 6, 11, 16, 18, 31, 33, 45, 52 및 58형에 의한 다음의 전암성 또는 이형성 병변의 예방:
- 항문 상피내 종양 1기, 2기 및 3기.

인유두종바이러스 16, 18형에 의한 자궁경부암 예방.
인유두종바이러스 16, 18형에 의한 다음의 예방:

일시적·지속적 감염; 유의성이 불확실한 비정형 편평세포(ASC-US)를 포함하는 세포학적 이상;

자궁경부 상피내종양(CIN 1,2,3);

외음부 상피내종양(Vulvar intraepithelial neoplasia(VIN)) 2, 3; 질 상피내종양(Vaginal intraepithelial neoplasia(VaIN)) 2, 3.

 

 용법/용량 9-26세 여성 및 남성: 1회 0.5mL씩 3회(0, 2, 6개월) 상완의 삼각근 또는 대퇴부 전외측 상부에 근주.
접종 일정 변경 필요시 2차 접종은 1차 접종일로부터 최소 1개월 후, 3차 접종은 2차 접종일로부터 최소 3개월 이후에 함. 1년 이내에 3회 접종 모두 완료.
9-13세의 경우, 2회(0, 6개월) 접종.
본제로 1차 접종받은 경우, 전체 접종 일정을 본제로 완료 권장.

다음의 접종 일정에 따라 1회 0.5mL씩 3회 근주(상완의 삼각근 또는 대퇴부 전외측 상부).
1차 접종: 방문일,
2차 접종: 1차 접종으로부터 2개월 후,
3차 접종: 1차 접종으로부터 6개월 후.

9-25세 여성: 기본 3회(0, 1, 6개월) 접종. 접종 일정에 유동성 필요시 2차 접종을 1차 접종 후 1-2.5개월 사이에, 3차 접종을 1차 접종 후 5-12개월 사이에 투여 가능.
9-14세에 1차 접종시 2회 접종 가능, 2차 접종을 1차 접종 후 5-13개월 사이에 투여. 2차 접종을 1차 접종 후 5개월 이전에 투여한 경우에는 3차 접종을 투여.
이 백신으로 1차 접종받은 피접종자의 경우, 전체 접종일정을 이 백신으로 완료하는 것이 권장됨.
삼각근 부위 근육내 주사. 

 

 

동일한 약 들에 대해 미국 FDA 홈페이지는 보기 좀 더 좋은 형태로 3가지 백신을 비교하고 있다. (미국이 무조건 우수하다는 건 아니지만, 이런 의약품 정보 공개 제도는 부럽다 아무래도)

 

가장 최근에 허가를 받은 Gardasil 9는 2014년 15,000명 이상의 참여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을 통해 허가를 받았다. 이름 처럼 9개의 Variant를 예방한다.

 

가장 먼저 승인을 받은 Gardasil은 2006년, 29,000명 이상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통해 허가받은 HPV 예방 4가 백신이고, 또 하나의 무료 접종 백신인 Cervarix는 HPV 유래 자궁경부암의 가장 많은 원인으로 꼽히는 HPV 16, 18번을 예방하며, 30,000명 이상의 임상시험을 통해 2009년 허가를 받았다. (FDA 기준)

 

논란이 되고 있는 부작용과 관련해서는 실제, 일본 등지에서 다양한 부작용 사례가 있었고, 이것이 외신 및 인터넷을 타고 각계 각층에 알려 지면서 때맞춰 적절한 메시지가 나오지 못했다. 가다실에 이어 27일 서바릭스 까지 조달청과 공급 계약을 체결하면서, 이에 맞춰 FDA 처럼 일종의 Key message를 우리나라 질병관리 본부도 내놓았다. (물론 CDC 만큼 예쁘진 않지만)

 

<자궁경부암 예방 접종 FaQ - ⓒ질병관리본부 available at http://www.cdc.go.kr/CDC/main.jsp>

 

질병관리본부의 의견도 Risk 보단 Benefit이 더 크다, 즉 예방접종을 해야 한다 라는 쪽이다.

CDC의 입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

 

자궁경부암의 경우 저개발국에서 많다라는 편견이 있었지만, 위생 때문에 저개발국에서도 발생빈도가 높지만, 선진국이라고 하여 빈도가 낮은 것도 아니다. 또한 발생 시 수술이나 방사선 치료, 일부 Grade가 높은 경우 항암치료, 항암방사선 병행치료를 하기는 하지만, 표적 치료제가 개발되거나 한 바 없고, Grade가 높은 경우는 여전히 사망률이 높을 뿐 더러 HPV virus를 통해 전염성도 있으니, 치료적 유익성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

 

다른 의약품 처럼 시판후 안전성 조사도 하고 있을 뿐 더러 가장 최근에 허가 받은 Gadasil 9 의 경우에는, 장기 안전성 연구가 여전히 진행중이다.

 

FDA는 2014년 Gadasil 9의 시판을 허가하면서 이전의 Gadasil과 그 안전성 측면에서 유사하다는 의견을 내 놓았다. 연구 결과들에서 밝혀진 주요한 사실들은 가장 널리 알려진 이상 사례는 주사부위의 통증, 부종, 발적이었다. 2014년에 미국의 질병 관리 본부인 CDC는 2006년 6월부터 2014년 3월까지 Dadasil을 투여받은 후 생긴 백신관련 이상반응 보고서인 VAERS에 따르면, 가다실과 관련하여 보고된 이상 사례의 92%는 심각하지 않은 이상사례로 밝혀 졌다.

 

가장 흔한 이상 사례들은

실신이나 기절, 어지럼증, 오심(메스꺼움), 두통, 열, 주사부위 반응(통증, 부종, 발적 등)이었다.

비록 드물지만, 일시적인 실신 증상이 예방 접종 이후 나타난 바 있다. 이에 대한 반응으로 FDA는 가다실 접종 지시서를 변경했고, 이를 통해 기절이나 정신을 잃고 넘어짐으로 발생할 수 있는 낙상이나 상해 등을 예방할 수 있게 지침을 내놓았다. 이는 한국의 제품 설명서에도 반영되어 있으며, 질병관리 본부가 내놓은 Q&A에도,

" 일부 청소년에서 통증이나 극도의 긴장 등으로 인하여 일시적으로 정신을 잃고 넘어질 수 있을 수 있으나, 이는 다른 예방접종 후에도 발생할 수 있으며 충분히 예방이 가능합니다. 발생 시 넘어지면서 다칠 수 있니 예방접종 후 20~30분 동안 접종기관에 앉아 있거나 누워있도록 합니다"

라는 문구로 똑같이 반영 되어 있다.

 

고교시절 학교에서 단체 예방 접종을 하며, 여고생을 대상으로 하는 풍진 예방접종을 해 봤지만, 가이드라인 대로의 누워있기는 사실상 불가능 하고, 과학실로 이동해서 실제 함께 풍진 예방접종을 맞은 아이들 중 한 명이 말 그대로 Fall down 하는 것을 봤지만, 실제로 20~30여분 머무른다고 해서, 해결 될 수 있는 문제만도 아니었다. 학교 시설이 병원 처럼 푹신한 소파는 커녕, 벽면에 등을 기대고 앉을 수 있는 시설도 없었고, 전문 인력이 여고생(요즘 남녀 공학은 대상 학생 수가 적기 때문에 조금 다를 지도 모르겠다) 한 반을 지속적으로 이상 반응의 발현을 지켜보고 있을 수도 없었기 때문이다. 학교에 양호 교사 1인, 접종을 담당하는 의료기관에서 의사 또는 간호사가 파견된다 해도, 의료 기관을 통째로 옮겨 올 수 없기 때문이다. 비록 15년 쯤 전 이긴 하지만, 실제 쓰러진 아이도 특별활동실인 과학실 책상에 관찰을 위해 20분 간 머물 던 중 그 특별활동실의 바닥으로 그대로 Fall down 했다. 한 반 30여명이 한 교실에 나란히 앉아 있던 중 쓰러지는 아이를 발견 하지도 예방 할 수도 없었고, 그대로 바닥으로 쓰러질 수 밖에 없었다. 학교 안에서 하루에 대규모 예방접종을 하는 현실을 고려해 볼 때, "예방접종 후 20~30분 동안 접종 기관에 앉아 있거나 누워 있는다" 라는 것이 단지 근육 주사 하나를 맞았다고 할 때 의원이나 병원에서도 실현되기 어려움을 감안한다면, 학교 예방접종의 현실에서 얼마나 잘 지켜 질 수 있을지 생각 해 봐야 할 또 하나의 문제다.

 

2011년, 의학 연구소(IOM : Institute of Medicine)는 HPV 백신을 포함한 8가지 백신의 안전성 관련하여 출간은 물론 미 출간된 연구 결과 까지 포함해서 백신 관련 이상사례의 근거와 인과관계라는 보고서를 펴냈다. 

이에 따르면 HPV 백신을 포함해 백신 접종에 의해 기절(Syncope)은 일어날 수 있다. 몇몇 백신 및 백신에 포함된 원료 물질에 대해 알러지 반응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아나필락시스 반응을 일으킬 수 있지만 이는 매우 드물다. 단 이러한 심각한 알러지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이러한 백신을 맞지 말아야 한다. (우리나라 제품 설명서에 따르면, 그 빈도가 명확히 밝혀지지는 않았으며, 아나필락시스 또는 아나필락시스 양 반응이 발생할 수 있음이 명시 되어 있다)

 

HPV 백신 접종이후 심각한 이상사례를 보인 사람들(이 때의 심각함의 정의는 사망, 영구적 또는 유의미한 신체 장애나 인지 이상 또는 Birth defect, 입원 또는 이미 입원한 환자의 경우 입원 기간이 연장된 경우를 의미한다)의 경과를 아마도 모두가 궁금해 할 것이다. 단 이 심각함의 정의는 위에서 정의한 것 처럼, 질환의 심각도가 아닌, 진행 경과, 즉 Outcome에 따라 분류된다. 물론 아주 심각한 질병이라면 당연히 심각한 이상사례에 포함되겠지만.

 

미국에서의 결과에 따르면 2006년 6월부터 2015년 9월까지 약 8600만 Dose(단회 투여 분량)가 접종되었으며, 미국에 공급된 백신 중 93%가 Gardasil 이었다.(이건 원 개발사인 Merck&co가 미국 회사이기 때문일까, 아니면 3년 먼저 허가를 받았기 때문일까 궁금해진다) 모든 이상사례가 이 약으로 인해 발생했다고 단정할 순 없지만 , 약물을 투여 받고 발생한 이상사례들을 모은 앞선 사례 보고서에 따르면, 심각한 이상 사례로 밝혀진 경우는 전체의 7% 였고, 14%는 잘못된 백신의 보관, 권장하지 않는 인구 집단에 대한 투여 등 실제 건강과 관련이 없는 문제로 밝혀졌습니다.

 

실제, 가다실의 이상 반응은

<투여 부위 이상 반응 - 생리식염수를 투여 했을 때 보단 높지만, 백신에 들어가는 바이러스를 제외한 AAHS Control 군에서는 생리식염 보다도 약간 높게 나타났다 - ⓒFDA>

<3회 투여를 원칙으로 하는 접족에서 특이 하게도 부종이나 발적은 투여 횟수가 반복될 수록 늘어 났다. 그러나 이 반응은 어떠한 유의성을 보인 것은 아니며, 예방 접종 또한 12세 이전에 접종을 하게 되는 아이들은 3회가 아닌 2회 까지의 접종으로 충분한 예방 효과를 보일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 ⓒFDA>

<'심각한'이상사례 중 비교적 흔하다고 알려진 것들. 열이나 메스꺼움 어지러움 등 이다 - ⓒFDA>

미국에서는 사용 빈도가 높지 않아, 관련 보고서가 없는 서바릭스의 제품 설명서 상 Data를 살펴보면, 아래와 같은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서바릭스의 관련 이상사례 보고, 특이적인 것이 Havrix 즉, 같은 회사의 A형 간염 예방백신_투여 연령이 비슷하다_과의 발생 빈도를 비교했다 - ⓒ FDA>

의약품 유익성 척도의 가장 기본이 되는 Risk/Benefit Model을 통해 볼 때, 자궁경부암 예방접종은 유익성이 유해성보다 큰 것은 맞다.

 

다만 아직까지는 개발 후 시판까지 가장 오래된 약도 아직 10살이 채 되지 못한 어린 약이라, 향후 이 내용들이 바뀔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유익한 약을 보다 유익하게 사용하기 위해서, 또 학교 라는 환경에서 어떻게 백신 접종 후의 안전 장치나 안전을 위한 권고사항을 얼마나 충실하게 잘 이행할 수 있느냐가 새로운 '백신 안전관리'의 관건이 되지 않을까.

Posted by Ms.삐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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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준히 논란이 있어왔던 한 재벌 총수의 지병이 사실로 드러났다. 형제간 분쟁으로 또 다른 '형제의 난' 이라고도 불리는 중 큰 아들 측 변호사로 부터 아버지가 실은 7년 째 특정 의약품을 복용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폭로 됐기 때문이다. (2016년 6월 28일 통신사 뉴시스 단독보도, 기사 전문 :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1&oid=003&aid=0007316407)

 

기사 속 소개된 약은 총 3개,

치매약인 아리셉트, 수면제인 스틸녹스, 항정신병약인 쎄로켈이 그 대상이었다.

이 중 모두의 관심을 불러일으킨 약은 에자이의 아리셉트, 짐작대로 치매약이라는 그 효능 및 효과 때문이다.

 

각 언론사들 조차 치매약/치매예방약 이라는 의견 사이에서 서로 다른 전문가의 의견을 인용하며 다른 입장과 보도를 내 놓고 있다.

 

아리셉트는 그 용량에 따라 치매의 정도는 물론, 최근 들어 경도인지장애에도 처방 될 만큼 폭이 넓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즉, 이 보도에서 중요한 것은 확인되지 않는 아리셉트, 즉 도네페질의 용량과 2010년으로 알려진 복용 시점이다.

<아리셉트의 다양한 정제, 2010년에 해당 약물을 복용할 순 없었겠지만, 2013년부터는 아리셉트의 최대용량은 23mg으로 늘어났다 사진출처 - 킴스온라인>

 

 

시간이 지남에 따라 약은 생명력을 얻는다. 최소한의 적응증으로 허가를 받고, 시판을 하면서 계속적으로 임상시험을 해서 허가 적응증의 범위를 확대 승인 받는 것이 그 예다. 비단 그것 뿐 만이 아니다. 시장에 나와 처방을 받는 환자가 늘어나고, 경험이 쌓임으로서 확보된 실제 안전성 데이터가 확보됨으로써 더 많은 의사, 약사, 환자, 환자 가족의 신뢰를 얻는 것 까지 더 한다면 2010년의 그 약과 2016년의 약은 다를 수 밖에 없다.

 

한국의 의약품 정보는 공개 범위에 한계가 있다. 식약처 의약품 도서관을 참조하면, 변경 내역, 즉 어떤 항목이 변경되었는지 확인이 가능하지만, 그 내용 까지는 공개하지 않는다. 즉 현 시점의 용량이나 용법, 적응증은 확인 할 수 있지만, 공신력있는 사이트를 통해 일반인이 접근할 수 있는 '약의 역사 추적'은 사실상 불가능한 셈이다. FDA나 EMA 처럼 제출된 보고서나, 당시의 라벨, 심사 의견서 등을 모두 공개하지는 않는 것은 물론이다.

 

FDA와 EMA의 공개 라벨을 통해 아리셉트의 생애를 알아 봐야겠다.

한국에서 아리셉트 5mg은 1998년 8월 3일에 최초 허가를 받았다. 미국에선 1996년 11월 25일에 삶을 얻었다. 안타깝게도 FDA의 허가 보고서의 최초본은 아리셉트의 경우 2004년 부터 열람이 가능하다.

 

이 내용에 따르면, 아리셉트의 적응증(Indication)은 Indicated for the treatment of mild and moderate dementia of Alzheimer's type. 경증 및 중등도의 알츠하이머의 치료에 허가를 받았다는 뜻 으로 이는 한국 내 적응증인 알츠하이머의 치료와도 다르지 않다. 일부 언론들에서 이야기 하는 "신 총괄회장이 치매 예방 목적으로 이 약을 복용했을 수도 있고, 초기 치매 증상을 보였을 수도 있다" 는 보도는 적어도 한국의 허가 적응증 내에서는 일부는 맞을 수도 있지만, 예방 부분은 틀리다. 의약품의 허가 외 사용이라면 가능할 지도 모르겠지만, 현재의 Label 대로 라면 한국이 아니라 세계 어디에서도 아리셉트를 치매 예방 목적으로 쓰는 것은 허용되지 않았다.

 

최초 보도 및 이후 언론들의 보도에 따르면, 아리셉트의 최대 용량을 10mg으로 기술하고 있다. 발병 연령이 대개 55세 이상으로 높다보니 연하곤란을 동반하는 환자도 많아 만들어진 구강 내 붕해정(에비스) 또는 보통 알약의 경우는 10mg이 최대 값이 맞다. 그러나 중등도 및 중증 치매 환자에게는(moderate to severe) 2013년 이후 허가를 받은 아리셉트 23mg 정제가 있어 1일 1회 최대 23mg 까지 복용이 가능한 것이 사실이다. 추가 임상을 통해서 이와 같은 결과를 얻어냈고, 이는 허가에 반영이 되었다. 의약품 관련 보도에서 정확성을 기하기 위해 설명서나 허가 사항을 단편적으로 확인 하는 것이 사소하지만 '오보'의 가능성을 얼마나 남겨 놓게 되는지 보여주는 작은 실마리가 될 수도 있겠다.

 

<아리셉트의 임상시험에서 아리셉트와 관련된 것으로 알려진 이상반응 - 자료출처 : 아리셉트 제품 설명서>

 

 

이와 더불어 국내에서 아리셉트를 판매하면서 실시한 시판 후 사용성적 조사 결과(PMS라고 부른다. 한 때는 PMS가 임상 4상의 전부처럼 받아들여지던 때도 있었지만, Post marketing Surveilance로 정확한 국문 명칭은 앞선 시판 후 사용성적 조사가 되겠고 non-intervention study의 한 형태기도 하다)에 따르면 6년(신약의 경우 대개 재심사 기간을 6년으로 부여 받는다)동안 2563명에게 투여 했을 때 5.31%, 이 중 아리셉트와의 인과관계가 밝혀 진 것은 4.25% 였다. 이 중에는 구역, 구토 등 소화기계 부작용도 있었고, 불면도 비교적 흔한 증상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보다는 더 자세한 미국의 제품 설명서를 보면,

 

 일반적인 이상사례의 발현이야 국내 제품 설명서와 동일 하지만, 용량에 따라 다를 수 있고, 또 용량을 올리는 것이 6주의 간격을 두고 증량한 경우에는 적은 용량을 발현한 경우와 유사했다고 나타나 있다. 이러한 약물의 복용 시 '점증 요법'이 요구되는 이유다. (왜 이런 Report는 똑같은 약 인데도 미국 홈페이지를 찾아야 만 볼 수 있는가)

 

보다 더 자세하게, Clinical Phamacology 부분의 원문을 보면 아래와 같이, 현재까지 알츠하이머 병의 인지 장애와 증상들은 콜린성 신경전달물질의 결핍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 알려져 있고, 아리셉트의 주 성분인 도네페질염산염은 Chollinergic function을 증강시켜 치료효과를 나타낸 다는 것 이다. 그렇지만 이는 기억력 감퇴나 일상생활의 장애를 가져오는 '깜빡증'과 같은 증상 개선 치료를 의미하는 것 일뿐 기저의 치매 진행을 막는 다는 증거는 없다는 것이다.

 

<원문>

Current theories on the pathogenesis of the cognitive signs and symptoms of Alzheimer’s disease attribute some of them to a deficiency of cholinergic neurotransmission.
Donepezil hydrochloride is postulated to exert its therapeutic effect by enhancing cholinergic function. This is accomplished by increasing the concentration of acetylcholine through reversible inhibition of its hydrolysis by acetylcholinesterase. There is no evidence that donepezil alters the course of the underlying dementing process.

 

Quetiapine이나 Zolpidem과의 Major한 Interaction은

쎄로켈과만 Interaction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특별한 징후가 없을 때 선제적으로 용량 조절을 하거나, 병용이 금지되는 Level은 아니다.

 

정말, 아리셉트는 치매 예방 목적으로는 쓰일 수 없는 것일까?

Off-label 정보를 살펴 보니 경도의 인지 장매가 있는 환자에게서 알츠하이머의 예방 목적으로 투여 한 허가 외 사용 정보가 있다. 아리셉트 10mg을 경도 인지장애로 부터 알츠하이머로의 진행을 느리게 할 목적으로 쓴 연구가 있다. 하지만 이런 효과는 769명을 대상으로 한 무작위 배정 임상 연구에서 투여 후 3년 까지는 나타나지 않았다. 다만, 도네페질 투여 군에서는 투여 전 기저 상태의 언어나, 기억, 인지 기능들의 조기 향상을 나타냈고,  이는 일상생활 능력의 향상과 연관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해당 연구는 2005년 NEJM에 실렸다.(Petersen R C, Thomas R G, Grundman M, et al: Vitamin E and Donepezil for the Treatment of Mild Cognitive Impairment. N Engl J Med 2005; 352 (23):2379-2388)

 

다소간의 기억, 인지 기능들의 향상을 보이긴 하지만, 알츠하이머 진행을 느리게 하는 목적도 3년 까지는 결과를 보일 수 없었고, 이 같은 기억, 인지 기능의 개선이 일상생활능력의 개선과 연관되지는 않는다 라면 RCT를 바탕으로 적응증 확대는 어렵지 않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도인지장애와 아리셉트, 도네페질 등을 주제로 한 사용권장이나 불완전한 연구결과에 대한 보도가 왜 이리도 많은지, 2005년 NEJM 논문의 Final report가 아닌 Interin 결과만을 가지고 보도 되고, 수 년이 지나 인용에 대한 확인 없이 다시 재 인용 되는 것은 어떻게 봐야 할 지...

 

뉴스가 생물이라고들 하면서, 한국 뉴스에서 그 생명력은 오직 '사건' 만이 가지는 것 같고, 사건을 뒷 받침 하는 배경 지식은 계속 제자리에 서 있는 것만 같아 아쉽다.

물론 한국에서 '치매 조기 검진 사업'을 정부 시책으로 2010년 부터 해 오고 있고, 인지 기능 개선에 대해 효과를 입증 받은 약은 없지만(입증을 의약품 허가를 기준으로 한다면) 단지 생활습관 개선, 가족의 보살핌 만으로 노인 치매 문제를 해결할 수도 없다지만, 이렇게 경증치매와 경도 인지 장애의 미묘한 경계를 이용해, 사용을 권장하는 듯한 시책과 보도는 글쎄. 생각은 각자의 몫이 아닐까.

 

 


     
Posted by Ms.삐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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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벌써 어느새 지난 달이 되어버린!) 18일, 충북 보은으로 열린의사회 봉사를 다녀왔다.

 

사고로 한 주 순연 참석한 민경쌤, 전날 급 동원된 우리 팀 일당 백 하나, 그리고 원래 가려던 나 까지 어쩌다 보니 온라인 서포터즈 3인, 그리고 지난 번 봉사에서 만나서 함께 참석했다는 두 약사님까지

약사회도 3명, 서포터즈도 3명

 

덕분에 약 조제와 복약지도도 절반 쯤, 봉사 현장 나들이도 절반 쯤 해서 딱 반반씩 즐긴 의미있고, 신기한 봉사 여행이었다.

이번 봉사지는 충북 보은. 어찌 하다보니 매번 나는 K-water와 함께 하는 봉사활동만 주구장창가고있다.

 

<보은에 막 도착해서 찍은 버스 밖 풍경, 추수를 기다리는 가을 들녘.황금빛 물결이란 이런 걸 말하는 것 이겠지>

 

매일 K-water제공의 생수만 하나 씩 업어오고 있는 열린의사회 & K-water 봉사활동이다.

맨 처음 봉사활동을 시작했을 때도(후원회비만 내다가, 처음으로 봉사활동가서, 있는 H2 blocker 몽땅 다 털고 왔던 아아 그날이여!) 대청댐 관리단과 함께했던 충북 옥천이었는데, 이번에도 어쩌다보니 대청댐 관리단과 함께^^

 

원래 봉사지는 청주였는데, 보은으로 변경되고, 출발시간이 일요일아침 6시가 아니라 7시 반이라서 산뜻했던  청주, 아니 보은 봉사의 비밀도 나름 알게됐던.(정말 우연이었다! 약국에 콕 박혀 있었으면 절대 몰랐을텐데, 핫스팟인 마취통증의학과에, 과거의 Chemo실 근무 경험을 살려 리도카인 믹스 도우러 갔다가 귀에 들린 우리 보은군에도 따로 국회의원이 있어야지, 청주에 합쳐서 국회의원을 줄이면 우리 권익을 못지킨다, 그러면 그렇지 등등, 아아 선거구재획정, 선거구 획정인 인구 비례는 최대 2:1 이내로 한다, 개리멘더링, 청주-보은 옥천 영동의 선거구 통합 등등 한창 공부하던 때의 기억들이 새록새록새록)

 

이유야 어찌됐건, 병원 나오고 만 3년만에 수액백도, 시린지도 다시 잡아보고 이런 저런 이유들로 의미 있었던 보은 봉사활동 이야기 지금부터 시작~

 

봉사활동의 시작은 사실 진료지 세팅과 간사님의 오리엔테이션에서 부터 시작한다.

야심차게 콘티까지 짜 가며 출동했으나 이미 끝나있는 세팅(전날 오후에 하셨더랬다.)

아쉬운대로, 몰카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이전규간사님 오리엔테이션 영상

 

이렇게 봉사활동의 시작은 활동 범위, 시간, 자원봉사자들의 업무 분장을 알려주시는 일로 시작한다.

2번째 참여까지는 "병아리 색깔의 명찰" 그 다음부터는 보통의 흰색 명찰을 나눠 주신다. 오늘의 봉사일정과 업무 분장을 설명해 주시는 이전규 간사님.

 

그리고 지금부터는 본격적으로 생생한 보은 봉사활동의 모습.

의료봉사의 진짜는 뭐니뭐니해도 진료 현장이 아닐까.

 

진료현장의 모습들을 살짝살짝 찍는다고 했는데, 개발이아니라 개손인 내 솜씨로는 그 따뜻함을 생생하게 담을 수가 없어서 그저 아쉽기만 했다.

 

내과, 마취통증의학과, 안과의 진료모습 그리고,

아픈 무릎앞에 인상을 찌푸리는 어머님 모습이 예방주사가 무서워 울음을 꾹 참는 아기들 모습이랑도 맞닿아 있는 것만 같다.

 

그리고 오후엔 서포터즈 도촬을 다니면서, 혈압과 혈당을 체크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찍었더랬다.

 

혈압. 혈당 오늘 멀티 뛰느라 고생한 하나찡.

역시 멀티는 어디에서나 멀티다.

 

이건 약국이 위치했던 바깥 복도에 걸려있던 어르신들 그림.

낙관과 함께 찍힌 삐뚤 빼뚤한 글씨가 이렇게 아름다워 보이기도 쉽지 않다.

 

그리고 보통 내가 하는 일들의 대 다수인 약국 영상. 아는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영상의 길이부터 길~다.

약사가 의료봉사에 오면 하는 일의 2탄, 실시간 동영상 편이라고나 할까.

리얼한 복약지도 현장도 들을 수 있다. 어서 플레이! 시작~!!

 

 

이렇게, 준비와 진료, 투약까지 보통의 일상들을 쭉 보노라면

참 특별할 것도 없는 야외에 차려진 것만 다른 조제실, 약을 짓는 똑같은 모습, 별 다를 것 없는 약사의 활동인데 매 순간이 특별한 것은 왜 일까 궁금해지기도 한다.(궁금하다면 열린의사회 홈페이지의 활동소식을 읽어보시라)

 

이번 봉사의 한의과와 물리치료실은 별도로 1층 진료공간을 쓴 덕분에 사진과 영상이 없어서 아쉽지만,

이렇게 봉사활동을 다니면서 다른 직역의 활동 모습, 업무 현황등을 보고 듣고 느끼고 배우는 시간들은 그 자체로 의미 있다.

(그러다보니 맨날 산조인 얘기나 하고, 약대 버전 말소스와 한의대 버전 약성가를 놓고 뭐가 더 외우기 좋은가를 논하던데서, 동생과의 대화 수준도 좀 발전했다 뿌듯+_+)

 

마지막은 요즘 다 인쇄해서 약 봉투 주는 시대에(서면 복약지도가 의무화 되면서 팜웨이 영수증 또는 팜봉투를 쓰는 약국이 많아졌다. 덕분에 손글씨로 쓴 약 봉투는 보기가 어려워졌다) 마음이 따뜻해 지는 손글씨 약봉투!

 

<마음 따뜻한 사람들의 모임, 열린의사회 그 상징>

 

다음달, 아니 이번 달엔 어디로 또 봉사여행을 떠나게 될 지 고민하면서, 이상 보은 봉사여행일기는 여기서 끝!

 

이상, 이번달에 쓰려고 동영상만 올려놓고, 글은 결국 10/31일에서 11월로 넘어가는 새벽이니 아직은 10월이라고 우기고 싶은 약간 게으른 서포터즈 1기, 희원이었습니다.

 

Posted by Ms.삐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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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19~20일에 걸쳐, 신문, 방송 들에 획기적인 뉴스가 전해졌다.

 

뚜렷한 치료 방법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던 파킨슨 병을 치료할 만한 약이 나왔다는 소식이었다. 새로운 신약이 나온 것이 아니라, 기존에 다른 목적으로 쓰던 약을 다른 병의 치료에 썼다는 소식 이었다. 성공적인 결과라면 아마도, '적응증 확대'의 경우에 해당 될 것이었다. 주인공이 된 약은 만성백혈병치료제로 허가받고 또 쓰이고 있는 타시그나. 2010년에 한국에도 도입된 약물이다.

 

 <닐로티닙 성분의 약, 타시그나, 해와 달 그림이 인상적이다. 1일 2회 복용하는 약 이라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 해와 달 그림을 그려 넣었지만, 해와 달 패키지 안의 내용물을 똑같다>

 

타시그나의 허가된 적응증, 즉 효능 효과는 만성 골수성 백혈병. 식약처 온라인의약도서관(http://drug.mfds.go.kr/html/search.jsp)에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아래와 같다.

 

효능효과

  1. 새로 진단된 만성기의 필라델피아 염색체 양성 만성골수성백혈병(Ph+CML) 성인 환자의 치료.

이 약의 유효성은 주요분자학적, 세포유전학적 반응율을 근거로 하고 있다.

  2. 이매티닙을 포함하는 선행요법에 저항성 또는 불내성을 보이는 만성기 또는 가속기의 필라델피아 염색체 양성 만성골수성백혈병(Ph+CML) 성인 환자의 치료.

이 약의 유효성은 세포유전학적, 혈액학적 반응율을 근거로 하고 있다. 질병과 관련된 증상 개선이나 생존율 증가와 같은 임상적 유익성을 나타낸 임상시험은 없다.

 

보도대로라면 이 효능 효과에 3번 항목이 생겨야 할 텐데, 정말일까?

타시그나는 파킨슨 환자를 일으킬 수 있을까? 어떤 가능성이 보인 것 일까?

 

이쯤에서 찾아보는 보도 원문, 미국 NBC 방송의 보도 내용을 보고 작성된 국제면 기사다.

(실험과 시험의 차이도 구분하지 못하고 쓴, 초보적 실수 투성이의 기사지만 많은 사람들이 신뢰하는 기사이니, 내용의 진실성은 차치하고 원문 그대로를 인용한다)

 

누워있던 파킨슨병 환자 일으킨 백혈병약(10/20 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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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킨슨병의 획기적인 치료방법이 나왔다. 아직 소규모 임상실험 단계지만 중증 파킨슨병 환자들의 운동능력을 회복시킬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NBC방송 등 미국 언론들은 조지타운대 치매·파킨슨병 연구실 샤벨 모사 박사팀이 백혈병 치료제인 닐로티닙(제품명 타시그나)을 이용한 파킨슨병 치료방법을 개발했다고 보도했다. 연구팀은 파킨슨병과 루이바디병(퇴행성 치매) 환자 12명을 대상으로 소량의 닐로티닙을 6개월간 투약한 결과 10명이 운동능력을 회복하고 증세가 호전됐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닐로티닙이 자가소화작용을 촉진시키는 점에 착안했다. 많은 양을 투약하면 자가소화작용으로 백혈병 세포를 죽이는 효과를 내지만, 소량을 오래 투약하면 세포가 죽지 않으면서 내부의 독성단백질을 제거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파킨슨병은 신경전달을 돕는 알파시누클레인 단백질이 세포 안에 쌓여 발생한다. 도파민을 함유한 신경세포가 소실되면서 몸이 뻣뻣해지거나 제대로 가눌 수 없게 된다. 말이 어눌해지고 심해지면 음식물을 삼키기도 어렵다.

 연구팀이 이날 공개한 비디오에서 임상실험에 참여한 메리 리(여·88)는 닐로티닙 투약 전 몸을 제대로 가누지도 못했지만, 6개월이 지난 뒤 직접 수프를 떠먹고 몸을 일으켜 휠체어에 탈 정도로 증상이 호전됐다. 딸 엘리자베스는 NBC
와의 인터뷰에서 “어머니는 불과 몇 달 전까지 얼어붙은 사람처럼 꼼짝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1997년 발병한 조지아주립대 명예교수 앨런 호프먼(74)도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던 내가 스스로 옷을 입고 세탁통에 빨래를 넣거나 바비큐 그릴을 다룰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NBC의 방송 뉴스(실제 메리 리의 영상)  

Click!! http://player.theplatform.com/p/2E2eJC/nbcNewsOffsite?guid=f_os_parkinsons_151016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바탕으로 정식 대규모 임상실험에 나설 예정이다. 임상실험을 통과하면 파킨슨병·헌팅턴병 같은 퇴행성 질병은 물론 알츠하이머병·루이바디병 등 치매치료에도 획기적인 길이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닐로티닙은 28알에 1만 달러(약 1120만원) 가량으로 비싸지만,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의약품이라는 장점이 있다. 다른 신약보다 상용화를 앞당길 수 있다는 의미다.

해당 임상시험의 내용(Script)을 Clinical Trials.gov에서 검색하면 아래와 같이, 해당 임상시험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NCT02281474)

 

 

연구의 정식 명칭은

"Open Label Dose Escalation of Nilotinib in Cognitively Impaired Parkinson Disease Patients With Elevated Cerebrospinal Fluid and Blood α-Synuclein" 이고,

연구 단계는 가장 기초 단계인 1상이다.

 

Condition Intervention Phase
Parkinson's Disease
Parkinson's Disease Dementia
Diffuse Lewy Body Disease
Drug: Nilotinib
Phase 1

 

36명의 환자를 등록했지만, 최종 보고된 Report에서는 12명에게 투약이 완료됐다.

(나머지 24명은? 임상을 마치지 못했겠지만, 어떠한 이유로 해당 임상시험을 끝까지 진행하지 못했는지 알 길을 없다. 현재로서는)

또한 연구의 목적을 해당 연구진은

" This pilot study will test Nilotinib's ability to alter the abnormal protein build up in Parkinson disease and Diffuse Lewey Body Disease patients ." 그리고, "If successful, this drug could be used to slow down or stop the progression of disorders that involve abnormal collection of misfolded proteins. However, the main purpose of this pilot study is to check for the safety of using this medication at this level."라고 밝히고 있다.

 

 

연구의 주된 목적은 해당 수준에서 이 약물을 사용하는 것의 안전성(Safety)를 확인하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이는 임상시험의 성격만 알아도, 이해하기 쉬운 정보다. 크게 임상시험은 IND(임상 - 사람에게 투여해서 확인하는 시험 연구 - 연구를 위한 신물질 허가), 와 NDA(신약 허가)가 두개의 큰 기점이고, 그 단계는 IND를 받기 이전의 전임상(흔히 동물실험이라고 하는 단계), 1~3상/4상 까지 그 성격이 각각 다르다.

 

그 단계적 특징은 아래와 같다. 신약개발일 때의 경우인데, 대개는 정상인을 대상으로 하지만, 치료 영역의 확대 등 이미 다른 환자군에서 안전성이 확인된 경우는 1상이라도 대상을 정상인이 아닌 환자로 하는 경우도 있다.

 

또 항암제, 항바이러스제의 일부인 anti-retrovirus, 일명 AIDS 치료제 등 건강자원자에게 투여하기에는 Risk가 큰 약물들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정상인이 아닌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시험을 진행하곤 한다.

 

 

조금 더 자세히 보면,

 

 

 

즉, 닐로티닙 임상과 같은 경우 앞선 정보에서도 확인할 수 있고, 임상의 단계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치료방법의 유효성 검증은 Secondary endpoint, 즉 부차적 목표였을 뿐이다. 앞으로 적응증 확대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Phase 2b/3의 임상시험 까지 마쳐야 하므로 갈 길은 멀다. (빨라도 2년 이상이라는데, 위 정보에 따르면, 아직 2상에 대한 임상연구 등록서 조차 접수되지 않은 상황이므로, 결론은 당장은 한국에서는 물론 미국에서도 쓸 수 없다는 것이다) 

해당 임상시험의 등록 및 제외기준 또한 한정적이었다.

Inclusions criteria:

  1. Written informed consent
  2. Capability and willingness to comply with the study related criteria
  3. Patients between the age of 40-90 y
  4. Diagnosis of PD according to the UK Brain Bank Diagnostic Criteria
  5. Early PD subjects with MMSE between 23-30.
  6. Hoehn and Yahr stage <2
  7. Stable treatment (>4 weeks) with MAO-B inhibitor (Selegeline up to 10mg/d or rasagiline up to 1 mg/d) allowable
  8. Patients not needing dopamine agonist or levodopa therapy presently or at least for the next 6 months
  9. Idiopathic PD with NO genetic mutations (autosomal recessive or dominant)
  10. Detectable levels of CSF for blood and CSF Alpha-Synuclein

Exclusion Criteria:

  1. Patients with a known genetic form of PD that does not involve alpha-synuclein.
  2. Unwillingness to undergo lumbar punctures
  3. Immeasurable CSF α-synuclein.
  4. Presence of dementia or severe cognitive impairment that would not permit the patient to give adequate feedback for potential side effects.
  5. Unwilling to be in an off state for UPDRS assessment.
  6. Pre-menopausal women
  7. Patients with autosomal recessive (PARKIN, PINK1 or DJ1) or dominant mutations (LRRK2)
  8. Patients with hypokalemia, hypomagnesaemia, or long QT syndrome.
  9. Concomitant drugs known to prolong the QT interval
  10. Strong CYP3A4 inhibitors
  11. Any drugs or foods that may interact with Nilotinib as stated in the Package Insert (PI).
  12. Medical history of liver and pancreatic diseases.
  13. Clinical signs indicating syndromes other than idiopathic PD, including supranucelar gaze palsy, signs of frontal dementia, history of stroke, head injury or encephalitis, cerebellar sings, early severe autonomic involvement, Babinski's signs.

 

 

즉, 간이나 췌장에 문제가 없고, 파킨슨은 있지만 증상 조절이 잘 되고 있고 향후 6개월간의 치료 필요 여부에 대한 제약도 있는 셈이다.

 

한국에서 타시그나의 가격은 임상연구에 사용된 150mg capsule의 경우 1알에 19701원, 기사에 제시된 28Cap 포장의 가격은 55만 1628원, 기사의 천만원 보다는 훨씬 싸다.

(다시 한 번 느끼는 미국의 높은 약값)

 

 

장기 안전성을 확인 하는 단계는 시판 중인 약이라 생략될 수 있다지만,

그래도 유효성을 확인하는 2상 임상 시험에 대한 계획조차 수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타시그나의 파킨슨 치료제로서의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어쩌면 성급했을 보도였다. (타시그나를 파킨슨에 쓸 수 있는 방법은 당장은 없다. 그리고 그 가능성과 시기 또한 언제가 되겠다라고, 점칠 수 조차 없다)

 

임상시험에 대한 보도를 할 때에는 보도의 단계, 상용화 가능성,

외신 보도의 경우 국내 상황을 함께 보도해 주는 지혜도 필요할 것 같다. 뉴스의 기본 가치인 정확한 정보를 알 국민의 권리를 생각한다면 더더욱 말이다.

 

Posted by Ms.삐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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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이면 가끔 여행 겸 좋은 일 겸 해서 떠나는 열린의사회 봉사활동.

 

열린 '의사'회 라는 이미지, 그리고 '의료봉사'라는 단어에서 꼭 의사/간호사만 갈 것 같은 생각들을 하시는데, 선발자 명단에서 확인할 수 있듯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건 역시, 자원봉사자

 

또 의사 간호사를 제외한 직역의 사람들도 많다는 것 

봉사의 시작과(병원 약국에서 일할때는 '상을 차린다'라고 불렀던 조제 준비과정. 식탁차림과 비슷해서 상차림이라고 하는데, 누군가는 먹게 될 테니 상차림과 일맥상통?) 끝(진료가 끝나고 나서 약을 받으러 오시니 늘 모든 진료의 마지막은 약국!)을 함께 하는 약사 또한 의료봉사에서 나름 중요한(!) 역할을 하는 한 축 중의 하나다.

 

"의료봉사 와 있어" 라고 했더니 "니가 그걸 왜 가?" "가서 뭐 하는데?" "약도 줘?" 등등의 의아함을 표현했던 동생 포함 지인분들.

이번 포스팅 이후로 어떤 일을 하는 지 알아 주시기를^^;

 

되돌아 생각해보면 약대생이던 때 나 역시도 마음만 있으면 손 쉽게 참여할 수 있는 의료봉사가 있는 줄 몰라서,

꼭 제제부에 가입해야 만 '약활'을 갈 수 있는 줄 알고, 삼부를 바꿀까 말까 고민을 했던 기억들,

국시를 보느라 달달 외웠던 '약사법' 에도 약사의 조제, 투약 활동의 범위에 대해 '무약촌 - 의원은 물론 약국 마저 없는 지역' 에서의 예외 조제 행위만 규정하다 보니 여러 직역이 함께하는 의료봉사에의 참여는 생각도 못했었단  기억들까지.

 

마음만 있다면 참여할 수 있는 기회는 얼마든지 있으니, 꼭 특정 동아리나 학회에 가입해야만, 장장 예닐곱시간 배를 타고 들어가서 불면 날아갈까 약포지를 접느라 고생했단 무용담 없이도 가능하다는 것, 약대생, PEET 시험을 보고 약대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 그리고 약사가 뭘 하는지 직업체험을 해 보고 싶다는 궁금증 해결 포함 이 모든 것들은 열린의사회에서 가능하다는 것, 학부 때 나처럼 선후배관계, 그리고 가고 싶은 의료봉사 사이에서 갈팡질팡 더 이상은 고민하지 마시기를! 

 

 열린의사회 봉사지에 가면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여행가방. 당일 봉사에도 1박 2일 봉사에도, 해외 의료봉사에도 빠짐없이 함께 한다.

이게 웬 여행가방 인가 싶지만, 그 여행가방 안엔 산더미 같은 약이 잔뜩 들어 있다. 의료봉사 약국편 그 첫 단계가 저 약 들을 정리하는데서 시작되는 이유다.

 

 

저 산더미 같은 약들을 이름별 또는 계열별로 분류 하는 작업을 거치고 나면,

약국 조제실에서 봄 직한 정리된 약의 모습들로 거듭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렇게 준비를 하는데서 1단계 끝.

 

<지난 5월, 경기도 이천 봉사 때 썼던 약들. 가지런히 놓아 둔 After의 모습만 보여드렸는데, Before의 모습은 동영상에 잠시 나오는 가방의 모습으로 대체?>

 

봉사지 약국에 갔을 때 늘 약사 2인 이상 + 봉사자 또는 이번처럼 3인 이상의 약사(그래서 봉사자 없어요)로 봉사를 주로 하다보니, 조제를 전담하는 약사가 늘 있었다. 그래서 사실 손 가는 대로 계열별 정렬을 해 왔는데, 경우에 따라서는 가나다 배열이 나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거듭되는 봉사를 통해 최적의 약 배열을 찾는 것도 또 하나의 목표?)

 

<처방전을 확인하고 조제를 하는 모습, 장소만 바뀌었을 뿐 약국과 똑같다 - ⓒ열린의사회>

 

이렇게 조제 준비를 끝내고 나면 들어오는 처방전을 확인하고, 약을 조제한다. 

처방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여기서는 컴퓨터가 없으니까, 함께 쓰면 안되는 약은 없는지 2번 먹어야 하는데 3번으로 처방난 경우는 없는지 등등 약국과 똑같이 처방 검토 과정을 거치는 건 물론이다.

 

이처럼 실제 약국과 완전히 똑같이 모든 봉사과정이 진행된다. 자동 조제기가 없다는 점은 다를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학교에서 가는 약활이나 봉사활동 처럼, 더운 여름날 선풍기도 없이, 창문도 못 열고 약포지를 수백장 접어야 하는 것 보단 훨씬 더 나은 환경, 또 동네약국의 업무와는 거의 비슷한 조건이다.

 

<파란색 캡슐은 매트릭스의 파란약? 진해거담제인 아세틸시스테인 처럼 보이는데, 정확한 건 글쎄^^; - ⓒ열린의사회>

 

 조제가 완료되고 나면 포장기로 약 봉투의 입구를 밀봉하고,

 <약포지에 열을 가해서 밀봉하는 약 포장기. 봉사지임에도 불구하고 약 포장기는 늘 2대씩 우리와 함께 한다 - ⓒ열린 의사회>

이렇게 조제 완료 투약 준비 끝!

 

투약을 하면서는 약국에서 하는 것 처럼 복약지도를 하기도 한다.

지난 봄 봉사 때는 선생님께 폐렴이라고만 말씀하셨던 환자분, 그래서 진료기록지에 Pnuemonititis? Tb? 로 감별 진단이 필요하다 쓰여있던 환자분 께

드시는 약이 무엇인지(대개 결핵약은 식전에 복용, 식후즉시 복용, 식사와 함께, 주황색, 노란색, 흰색 크고 작은 알약 등 - 일명 HERZ 요법 - 특색이 분명하다)

 

 

"주황색 약 드세요? 언제요? 아침에.. 하루 한번이죠, 밥먹기 전이죠?" 등등 질문 세례를 퍼부은 끝에, 비활동성 결핵으로 진단받고 약을 복용중이셨음을 알아 내기도 했다.

 

<봉투를 쓰고, 약의 복용법을 설명하고 또 써가며 투약 활동 - ⓒ열린 의사회>

이렇게 복약지도까지 완료하면 한 Case의 약국 업무가 끝!

 

환자분들이 오실 때 마다 업무를 반복하고 또 반복 하다보면, 가운이 입고 싶고, 회사를 벗어나 하루 쯤 마음 따뜻한 일을 하고 싶은 기분이 온전히 채워지는 느낌을 받곤 한다!

오전/오후 진료가 모두 끝나고 나면 약은 다시 여행 가방으로, 자동 포장기도 이삿짐 박스안으로 다음 봉사를 기다리며 얌전히 들어가고, 그러면 열린의사회와 함께하는 보람찬 봉사 일정은 완전히 끝!

 

글 만으로 불충분하다, 조제와 복약지도의 생생한 현장이 궁금하다 하시는 분! 친절한 목소리로 특제 설명까지 붙여 드릴테니,

Welcome to 열린의사회 

 

 

<이상, 9월 보단 빨라졌지만 아직도 온라인 서포터즈에서 Side effect를 담당하고 있는 희원이었습니다>

 

 

 

Posted by Ms.삐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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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과 건물의 1층 약국에서 일 하면서 하루에 1~200장의 가루약을 조제해 가며 살았던 때를 생각하면

사소해 보이고 당연해 보이는 약 인데도, 엄마들은 걱정도 많고, 염려도 질문도 많다.

아마도 내 아이를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이겠지?

지난 10월 1일 식약처의 어린이 감기약 허가사항 변경에 맞춰, 신문도 방송도 앞 다퉈 보도를 했다.

어린이 감기약 시럽들을 다루며

미국에선 2006년까지 감기약을 먹은 어린이 122명이 숨지고, 2004~2005년까지 고작 2년동안 만 2살 미만의 영유아 1500명이 경련 및 의식저하 같은 부작용을 겪었다는 내용이었다. 기침, 콧물, 가래 같은 감기 증상을 개선해 주는 성분이 아기에게 문제를 일으켰기 때문으로, 2008년 부터 미 식품의약국인 FDA는 만 2살 미만 아이의 감기약 복용을 금지시켰다.

하지만 국내에선 '만 2살 미만의 영아는 의사의 진료를 받습니다'라는 글을 애매모호하게 적어뒀을 뿐이었다. 다만 이날부터는 아래 처럼 '2살 미만 복용 금지'라는 문구를 넣도록 했다.

용법·용량 변경대비표

항 목

기 허 가 사 항

변 경 ()

용법·용량

(생략)

2세 미만 : 의사의 진료를 받는다.

<신설>

 

(이하 생략)

(기허가사항과 동일)

<삭제>

2세 미만에게 투여하지 않는다. 다만, 꼭 필요한 경우 의사의 진료를 받는다.

(기허가사항과 동일)

122명의 영 유아가 감기약 때문에 사망한 것은 사실이다.

단, 성분이 나쁘거나 어린이에게 유해해서가 아니라, 항히스타민제 또는 비충혈제거제로 사용된 성분의 용량이 과다했기 때문으로 적시되어 있다.

또 2004~2005년 1519명의 영유아과량복용을 포함한 부작용 때문에 응급실을 방문했다. 

단 어린이에게 어떤 용량을 투여했을 때 이러한 독성을 일으키는지 알지 못하기 때문에 OTC 복용을 금지하고, 적절한 처방을 받도록 하는 것이므로, OTC 감기약이 나쁘기 때문이 아니라, 무분별한 복용시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다만 그 대처에 있어서 한국과 미국이 다른 것이 있다.

한국은 제품 설명서에 반영하는 것이 끝이라면,

미국은 FDA 홈페이지에 별도의 홈페이지를 만들고, 보호자를 위한 안내문을 작성하며, Drug label이라고 부르는 환자용 설명서(한국의 제품에 동봉된 제품 설명서와는 다른 것이다)를 별도 심사하는 과정을 거치도록 했다.

한국은 10/1 이후 생산 되는 부분에 대해 제품 설명서가 변경 되는 것 으로, 현재 약국에 나와 있는 소아용 제품의 설명서 변경에는 적용되지 않는 문제가 또 있다.

그런가 하면 미국은 대다수의 어린이 감기는 약을 먹지 않아도 회복된다고, 말 하고 있다.

물을 충분히 많이 먹이고, 식염수로 비강(코 안)을 세척해 주며, 열이 날 때만 해열제를 먹이도록 권고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이 모든 권고사항과 결정을 내리게 된 배경인 전문가 회의의 회의록도 외국인인 나 역시 자유롭게 열람할 수 있을 만큼 공개 하고 있다.

환자, 나아가 대다수의 국민의 안전한 의약품 사용을 위해 언론과 정부가 지향해야 할 방향이 어디인지 생각하게 해 주는 보도인 것 같다.

더불어 정확한 사실 확인은 Original Source인 미국 FDA 홈페이지 까지 확인 해야만 가능하다니, 전문가의 보도 치고는 기본적 사실 확인 면에서 아쉬운 점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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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보도] 아리셉트가 뭐길래  (0) 2016.07.02
Posted by Ms.삐약이
, |

 

 

"이또 시비이가?"

"네?"

결국 답답했던 할머니는 손가락 세개를 펼쳐 들고서 또 다시 되 물었다. "시비이냐고"

경상도(부산) 네이티브 20년인데, 여전히 인터넷에 떠돌아 다니는 경상도 방언 능력 시험 따위에서는 100점 만점을 기록하는 실력인데, 실전에 투입되니, 영 쓸모가 없었다.

저 외계어 같은 말의 정답은

"이(것)도 세 번 이냐, 세번이냐고" 로 으레 약은 하루 세 번 식후 30분이 익숙한 할머니 환자의 물음이었다.

부산 네이티브, 하지만 어디서 왔냐는 물음에는 출발지이자 직장인 "저희요? 서울에서 왔어요"를 대답하는 부산 출신 서울 약사의 경북군위 체험담은 이렇게 시작 ~  

 

 

경북 군위에는 한밤마을 남천 고택이 있다.

1박 2일의 멤버들이 간이역인 '화본역'을 찾았다 묵고 갔다는 그 남천 고택이다.

고택에서는 300년이 넘은, 부부가 사는  TV 속 그 고택도 숙소로 내놓는 동시에 1박 2일 이후 찾는 사람들이 늘어, 한옥 펜션을 새로 만들었다고 한다. 열린의사회의 숙소는 바로 그 한옥 펜션

<일행이 하루를 머물렀던, 한밤마을 남천고택의 별채 - 한옥펜션>

 

삼성생명 사잇길에서 부터 부지런히 달려온 서울팀과

먼저 내려가 계시던 간사님 그리고 팀장님, 팀장님 주니어들

또 봉사지로 바로 오신 여러 봉사자 분들까지 밤 열시가 넘어서야 겨우 모두 만났다. (저 마당에서 저녁을 밤 열시에 먹은 건 진짜 함정이다.)

 

봉사외적으로 군위 기행이 의미 있었던 건 꼭 사투리 때문만은 아니었다.

 

사람을 만나는 것, 사람다움이 함께 하는 것이라는 열린의사회의 매력이 폭발한 여행이었기 때문이라고 하면 한 줄 요약이 되는 걸까?

동생부터 학교 선배, 그리고 온라인 서포터즈 활동하면서 까지 만났던 신기한 인연들을 모두 모아둔 신비로운 군위 봉사 그 기막힌 우연의 이야기들을 하나 씩 풀어볼까 한다. 

 

Scene #1. 동의연 이요?

 <다 키워서 한의사 되면 데려가며고 감춰놨던 동생, 아직 더 감춰놔야 해서 얼굴은 스마일:) 군위 기이한 여행 씬넘버 원은 이친구 이야기로 시작>

경북 군위 봉사,

열린의사회에서도 경북 지역 봉사를 할 때면 봉사자들 간의 유대관계가 유난히 끈끈하다고 한다. 실제로 내가 보고 느낀 바도 그렇다. 대구 경북에 연고를 둔 선생님들, 봉사자 분들은 물론 서울이나 충청, 경기 강원 등 중부권이 멀다 느끼시는 부산 경남 지역 분 들 까지 영남권 봉사자분들이 만나고 또 만나는 지역이라 그럴지도?

 

물론 경북 군위 봉사지에 와서 1박 2일을 시작하며 내가 처음 들은 인사 역시도

"약사님, 다음 달 예천있는데, 예천에서 또 보는 건가요?" 였고,

 

다른 분 들끼리 나누는 인사도 각종 경북의 지역명이 난무하며, 그 때 그 봉사 이후로 얼마만이죠, 지난 달 어째 빠지셨어요 기타 등등

늦은 저녁, 대구에는 한의대가 하나 뿐 이라는 이야기, 이번 군위 봉사의 한의과 선생님 역시 그 학교(동생님이 다니시는) 출신이라는 이야기로 시작

 

알고보니, 동생의 동아리(서예 동아리로 이름이 동의연이다) 선배 였다는 놀라운 사실.

집과 가족 단톡에 공개하지 않은 졸업사진 현장 촬영본을 무더기로 구경했다는...

 

 

Scene#2. 세브란스 약사들이...

 

세브란스를 박차고 나온지 만 3년이 다 되어가고, 그 사이 회사를 두 곳이나 옮겼거늘, 나는 어떤 면에선 여전히 세브란스 (출신) 약사다. 마지막 가운의 팔 부분에 박힌 연세의료원 로고 덕분인지, 나를 이 곳에 소개한 런던사람 지나 정 덕분인지:)

세브란스 약사들이 잘 해 - 목적어는 보시는 분 들의 상상에 맡긴다:) 라는 말과 함께

지나 정(열린의사회 동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SoHnAeO9JNY 의 약사편 출연자 이기도 하다)의 남아공 메이트들을 또 신기하게 만나고,

늦은 밤 런던으로의 카톡 세례. 이렇게 돌고 돌고 돌아 만나는 인연이 참말이지 신기한 곳이다.

 

 

 

 

Scene#3-1.  B팀 동영상 출연자를 만나다.

 

매달 하나씩 만들어야 하는 팀 과제, 장시간의 기획회의를 거쳐 만들어진 첫번째 영상, 나는 자원봉사자 편(https://www.youtube.com/watch?v=Po5kWNWPo8Y)의 출연자를 만났다.

섭외대장 유미가 일은 다 하고, 퍼즐 조립에 숟가락 조금 얹은 강 약사, 우리 팀 동영상 출연자와 봉사를 함께하는 신기한 인연이...

 

일손부족으로 무려 약국에서 함께 일하는 영광을! TV에서 연예인 보는 기분으로 같이 일했다는건 비밀이다.

(동영상을 다시 돌려보니 그 사진들 속에 군위에서 만난 분들이 많다. 역시 경북 봉사의 특징이 여기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Scnec#3-2. 그 출연자가 말이지...

 

의사도 약사도 한의사도, 이 동네 참 좁다고 느끼는 순간들이 많다. 어느학교 누구를 누르면 아 그사람... 사돈의 팔촌까지 찾지 않아도 근무지나 출신학교만으로도 서로를 아는 좁아서 좋고도 나쁜 세상.

세상에나 우리 팀 동영상 출연자이던 지욱님, 알고 보니 동갑에(봉사지에서 이제 아예 전문의 보드 따고 오신 선생님이 오지 않는 한 나도 꽤나 고참나이다) 성대약대 졸업했다고 하니, 혹시... 김태훈 알아요를 어김없이...

대학을 재수생인데 1학기 수시라는 특이한 모습으로 입학한 덕분에, 한 학번 선배이름이 툭 하고, 고등학교 동창이라신다 어이쿠.

이렇게 까지 신기한 우연, 인연 퍼레이드를 계속계속계속, 열린의사회의 매력을 체험한 신기한 봉사.

 

사람 사는 세상이 그렇지 뭐 싶은 신기한 에피소드를 뒤로하고, 군위봉사 정말 입에 단내나게 바빴다. 

 

한적한 아침풍경들을 뒤로 하고

(아쉬워서 붙여보는 사진들)

<군위 한밤고택 한눈에 보기>

 

 

마을 입구에 들어서던 때엔 정말로 한밤이어서, 아침 봉사지를 향해 나서면서 찍은 마을 어귀의 나무와

<한밤마을을 지키는 나무. 고택과 동갑내기라 한다. 그날 따라 맑기만 하던 하늘>

 한가로운 시골 정서를 그대로 보여준 정자, 근수정

<뜰 한켠에 위치한 정자, 물이 가까운 곳이라는데 근처 어디에도 물은 왜 없을까?>

 시골마을 어디서나 볼 수 있다는, 하지만 요즘은 자취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장독과

<고택의 뒤뜰 풍경. 어린 날 집에서 보았던 것 같은 낯설지 않은 장독까지>

 아침을 먹었던 고택 본채. 곳곳에 전통놀이를 즐기던 1박2일 촬영 사진으로 관광명소의 느낌이 나다가도

 

벽에 걸린 가족사진(고택 주인 어르신 부부와 두 따님이었는데 따님들 미모가...정말 억소리 난다)을 보면 이천 밥집의 결혼기념 걸개그림처럼 그냥 푸근한 우리 동네 같기도 하다.

<고택의 목조 문, 그리고 옆으로 늘어선 고구마 상자들까지 한적한 시골의 아침이다>

 정갈하게 차려주신 한상, 제대로 먹고 일 잘하러 가라는 의미겠지^^?  

<소박한 아침 밥상 - 한식 한상 차림인데 늦잠이 일상이라 원래 밥먹지 않는 나도 제대로 아침식사>

 <아침 후 고택 뒤뜰. 어쩐지 언밸런스한 믹스커피, 선풍기 - 고택도 나이만 먹는게 아니라 세월의 변화를 비록 느리게 라도 따라간다>

 

 

 

그렇게 버스로 한참을 가서 도착한 군위 일연공원

어째 팔랑팔랑 거리는 바람개비는 자유로, 파주 이런 경기 북부를 연상케 했다.

<바람개비 그리고, 뒷편으로 보이는 천막들이 오늘의 진료 장소들>

 

이 평온한 풀밭이 내 부덕의 소치로 약국 팀에게 시련의 공간이 될 줄 어찌 알았으랴.

 

이 글을 빌어 손 느린 회사약사라, 자신했던 손의 감각이 둔해져서 죄송 또 죄송.

<세사람이 다 달려 들어야 겨우 가능했던 약 조제과정 ⓒ열린의사회>

 

14일치 tid 빵빵 날리시는 선생님,

 

<오전 진료에 한창인 가정의학과, 야외진료라 환자분들 이야기를 듣기도 진료도 어려우셨을 텐데, 약국에와서 여기 아픈 약 저기 아픈 약 달라고 하셔서 가정의학과로 돌려보낸 환자들까지 잘 봐주셨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 ⓒ열린의사회>

<환자와 상담중이신 가정의학과 선생님, 아래보이는 진료기록지에는 곧 tid 14days가 기록 되겠지 - ⓒ 열린의사회>

차 떠난다고 얼른 달라는 재촉에 '영업용 스마일' 평상시 절대 안보드린다는 '(비음섞인) 애교' 누구도 거절할 수 없게하는 '솔 톤 목소리'와 쿠션 화법까지 홍보대사활동기간 배운 모든 기술을 다 동원했으나 꼼짝도 안하시던 할머니들 까지

 

약국팀 죄송하고 또 감사합니다.

<오늘은 친절한 약사모드. 인생사진은 역시 얼굴을 안보일 때만 나온다 - ⓒ열린의사회>

 

 

다음엔 재빠른 손 기술 연마해서 최상의 상태로 가겠습니다.

 

간사님은 조제와 복약지도에 집중하면 인생사진을 찍어준다 했는데 인생사진은 간데 없이 소식이 없다. 그날 얼굴이 지친 표정이었을텐데 인생사진을 기대하는 것은 욕심인가(덕분에 중간이후 기억을 거의 상실했다.)

 

매년 수자원공사와 함께 꼬박꼬박 일연공원에 오는 덕분에 작년의 열린의사회를 기억하는 어르신들도 많다.

 

<내년에도 또 오실거죠? 수자원 공사 직원분들은 설문을 진행하고 기념품을 나눠주셨다. 혹시나 불만족해서 안오시겠다고 할 까봐 같은 천막을 쓰면서 속으로 얼마나 벌벌 떨었는지는^^;; ⓒ열린의사회>

 

올해는 왜 이가탄 안가져왔누, 칼슘제는 어딨누. 일년 동안 많이 기다리신 거 같은데 많이 못 챙겨와서 죄송했다.

 

여기서 부터는 그냥 가긴 아쉬워서 풀어놓는 봉사사진 퍼레이드:)

 <이날 쨍쨍 내려쬐는 따가운 가을 볕 아래 고생하신 문진팀, 적절한 문진은 꼭 필요한 치료를 받으시도록 돕는다. 의료봉사의 시작이자 중요한 과정이 되는 이유 - ⓒ열린의사회>

 <열린의사회 봉사의 기회는 누구에게나 열려있다. - ⓒ열린의사회>

<혈당 측정 중. 마을 잔치를 겸해서 열리는 터라 떡이며 음료수들은 잔뜩 드시고 오셔서 힘드셨던 두 분 - ⓒ 열린의사회>

 

<봉사지에선 좀처럼 보기힘든 안과, 어르신들이 많다보니 눈 수술을 받은 과거력이 있으신 분들도 많고, 안과 진료가 필요한 분들도 많으셨다 - ⓒ 열린의사회>

그리고 이번 봉사 사진의 포토제닉 이라고 생각하는 사진! 두둥!!

허리가 굽은 할머님께 눈 높이를 맞추고자 무릎을 굽혀 말씀을 나누는 모습이야 말로, 열린의사회의 정신 아닐까.

<이번 군위봉사의 포토제닉. 눈높이를 맞춘 대화. 그리고 그를 위해 기꺼이 무릎도 낮출 수 있다 - ⓒ 열린의사회>

 

<치과 진료 모습 - ⓒ 열린의사회>

 

<어르신들껜 처음 보는 낯선기계. 그리고 내게도 나름 신기하지만 다른 의미로 공포의 기계. 인바디 - ⓒ열린의사회>

<이번 봉사기행의 신기한 인연 그 첫번째. 3년째 군위를 방문중이시라는 한의과 선생님 - ⓒ 열린의사회>

 

또 원조 블로그스타 주희양이 함께 해서, 우리 막내 슬찡의 활동이 도드라졌던 필리핀 봉사에 다녀온 봉사자, 의료진이 다들 계셔서 관심있게 우리의 활동들을 지켜봐주셔서 감사했던.

사람이 좋은 경북 군위 봉사는 약과 함께 정신도 조제해서 어디론가 보내 버린 채 끝이 났다.

 

<오늘 하루도 고생하셨습니다. 군위 봉사를 함께 해주신 마음 따뜻한 분들과 함께 - ⓒ 열린의사회>

 

군위에 내가 또 갈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봉사 이상의 인간관계, 친한 친구 같은 느낌을 원하신다면 열린의사회의 대구 경북 봉사를 추천한다.

 

 

아직도 온라인서포터즈에서 콘티와 기획력마저 잃어버리고 Side effect를 담당하고 있는 올빼미 희원이었습니다. 다음 봉사 땐 성실한 후기로 찾아뵐게요:)

 

Posted by Ms.삐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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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해 전 레이건 대통령이 자신의 "치매" 투명 소식을 알렸을 때 그저 놀랍다고만 생각했었다.  치매(Dementia)를 터부시 하는 한국 정서 때문인지도 모르겠지만, 이 독특한 미국인의 특별한 방식의 '노블리스 오블리주'에 감탄했다는 기억이 떠 오른다.

암 투병중이라는 사실이 알려졌던 '지미 카터' 대통령이 카터 재단의 행사에 나와 자신의 항암치료기를 공개했다.

 

<지미카터 재단의 행사에 참여한 카터 대통령 부부 - 사진출처 : 연합뉴스-AP통신>

 

뇌로 암이 전이된 4기(말기라는 표현은 쓰지 않겠다. 그는 아직 치료할 약이 남아있다. 비록 원래 암이 생긴 부위에서 멀리 떨어진 뇌 까지 암이 전이되었다고 해도, 치료할 약이 남아 있는 그는 정말로 마지막-terminal-은 아니니까) 환자가 어쩌면 고통스러울 수도 변해가는 모습이 옛날과 같지 않을 수도 있는 치료 과정을 공개하다니... 대통령은 아니어도 여러 유명인들의 치료 과정을 곁에서 지켜봤던 입장에서 그의 결정이 존경스럽다.

 

지미카터 대통령이 앓고 있는 병은 피부암의 일종인 흑색종(melanoma). 피부암은 크게 Basal cell carcinoma(기저세포암)과 흑색종(melanoma)이 있다.

 

미국의 암 통계인 SEER Data의 가장 최근 자료에 따르면, 2015년 한 해 동안 미국 전역에서 73,870명이 새로 진단 받고(전체 신규 암 환자의 4.5%), 9,940명이 사망할 것으로 추정되는(암 사망자의 1.7%) 미국 내 발병율 6위의 암이다. 그러다 보니 신약 개발 역시 활발하다.

 

BRAF를 비롯해 2010년대 초 피부암을 일으키는 데 관여하는 몇몇 유전자들이 잇달아 발견된 것도 있고, 그 유전자들의 활성이 폐암 등 타 암종에서 발현되는 것이 확인되면서 임상시험 또한 활발하다.

이필리무맙(Ipillimumab,예르보이-Yerboy, 국내 상품명은 여보이, 정식 출원 이전부터 예르보이로 불러와서 참 입에 안 붙는다), 베무라페닙(Vemurafenib, 젤보라프 - Xelboraf)을 뒤 이을 수많은 항암제들의 개발에 이어 줄줄이 사탕처럼 대기 중인 신약들.

 

 

그렇다면 한국의 흑색종 발병율은 어떨까?

놀랍게도 국가 암 정보센터 홈페이지엔 흑색종 분류가 따로 없다. 기저 세포암과 합친 피부암 수치도 흔히 말하는 10대 암의 규모에 들지는 못한다. 전체 암 발생건 22만건 중 약 4천 건 정도가 신규 발생했으니 2% 정도라고 알려져 있다.

그 카터 대통령이 치료 중이라고 공개한 약물은 엠에스디(MSD)가 내놓은 항암제 키트루다(Keytruda). 

 

이쯤에서 같이 보는 우리나라 대표 뉴스 통신사 기사 한편)

보도원문은 아래와 같다.

 

작년 미국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새 면역치료제 키트루다(Keytruda)가 치명적인 피부암인 흑색종과 폐암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는 임상시험 결과가 발표되면서 암치료제로 새로이 각광을 받고 있다.

머크 제약회사가 개발한 키트루다(성분명:펨브롤리주맙)는 2011년 FDA의 승인을 받은 항암 면역치료제 예르보이(브리스톨-마이어스 스큅 제약회사)보다 진행성 흑색종 치료 효과가 탁월하다는 임상시험 결과가 발표됐다고 헬스데이 뉴스가 20일 보도했다.

이와 함께 키트루다가 기존의 치료제가 듣지 않는 진행성 비소세포폐암(NSCLC) 환자의 거의 절반에게서 종양을 축소시키는 효과가 나타났다는 임상시험 결과도 발표됐다.

이 2건의 임상시험 결과는 모두 필라델피아에서 진행 중인 미국암연구학회(American Association for Cancer Research) 연례회의에서 발표되는 동시에 의학전문지 뉴 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최신호에 게재됐다.

암세포가 전이된 진행성 흑색종 환자 834명을 대상으로 키트루다와 예르보이의 효과를 비교하기 위해 16개국에서 진행된 임상시험에서는 키트루다가 투여된 환자는 46%가 6개월 후까지 종양이 더 이상 자라지 않았다. 예르보이가 투여된 환자는 이 같은 효과가 나타난 경우가 26%에 머물렀다. 1년 생존율은 키트루다 그룹이 투여량에 따라 68~74%, 예르보이 그룹은 58%로 나타났다. 부작용 발생률도 키트루다 그룹이 12%로 예르보이의 20%보다 낮았다.

폐암 환자에 대한 임상시험은 암세포가 면역체계의 공격에 대항하기 위해 만드는 PD-L1 단백질 수치가 높아 기존의 항암제가 듣지 않는 소세포폐암 환자 495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결과는 키트루다가 투여된 환자의 거의 절반에게서 종양이 축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머크 제약회사는 키트루다를 폐암 환자에게도 쓸 수 있도록 적응증 확대 승인을 FDA에 신청했다. 키트루다는 원래 흑색종 치료제로 FDA의 승인을 받았다. 키트루다와 예르보이는 모두 역관문억제제(immune checkpoint inhibitor)이다. 면역관문이란 말하자면 면역세포의 지나친 행동을 차단하는 면역체계의 검문소이다.  그런데 암세포는 면역관문 분자들로 자신의 몸을 치장해 면역체계의 눈을 피하면서 면역체계의 공격으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한다. 다만 예르보이는 전반적인 면역세포의 횡포를 억제하는 면역체계 스위치인 CTLA4를 억제하는 데 비해 키트루다는 암세포를 표적으로 하는 암세포 특이 스위치인 PD1을 차단하는 것이 다르다.  이 임상시험 결과에 대해 칼럼비아 대학 메디컬센터 종양과장 개리 슈워츠 박사는 이 새로운 면역치료제들이 많은 다른 종류의 암에도 효과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논평했다.

 

머크 라고 쓰여서, Merck Serono사인 독일계 머크 인 줄 알았다는 건 함정... 국내 유통되는 약품 사진에서 볼 수 있듯 미국의 Merck(Merck&Co)는 미국 이외의 지역에서는 MSD라는 사명을 쓰고 있고, 한국에서도 한국 MSD를 공식 사명으로 쓰고 있다. MSD는 마포구 공덕동에 머크는 강남구 삼성동에 있다는 것도 명확히 다른 회사라는 근거.    

 

사족은 논외로 하고, 실제로 한국에서 키트루다를 모든 흑색종 환자에 사용할 수 있을까? 

 

국내 키트루다 허가사항은

이필리무맙 투여 후 진행이 확인된 수술이 불가능하거나 전이성인 흑색종의 치료.

다만 BRAFV600E 변이가 확인된 경우에는 BRAF 억제제와 이필리무맙 투여 후에도 진행이 확인된 환자여야 한다.

 

즉, 신약을 위한 허가임상을 진행하고 받을 때와 무관하게 한국에서 키트루다를 쓰려면, 전이성 흑색종 환자이면서 이전에 이필리무맙을 이용한 치료를 받았고, 그 치료에 실패해야 한다. 즉 2차 치료제이면서 비급여라는 얘기. 폐암에는 아직 쓸 수 없다.

BRAFV600E 변이가 있는(약 네명 중 한명 꼴 이라 했다) 경우라면, BRAF 억제제인 베무라페닙, 이필리무맙 치료에 모두 실패하고 암이 진행된 환자 여야 한다.

 

 

FDA는 심사 승인 정보를 공개한다. 한국 식약처와는 다르게... 누구나 어떤 근거로 어떤 절차를 거쳐서 약물이 승인 되었는지 알아볼 수 있다. 이런 곳이 진짜 정보의 천국이겠지!

 

(여기서 부터, 24 page로 된 약물 승인 보고서 정독 후에 쓰는 이야기) 

Pembrolizumab (이전에 MK-3475로 알려졌던)은  IgG4/kappa isotype의 단클론 항체 약으로, PD-1(programmed cell
death-1 receptor)과 그 리간드 사이(PD-L1, PD-L2)사이의 상호작용을 방해한다. 특히, PD-1 수용체는 면역 세포인 T 세포 위에 있어, T세포의 증식과, 사이토카인의 생산을 막는다는 말씀.(사이토카인 폭풍이라는 단어가 메르스 사태 때 화제가 됐었고, 덕분에 최신 시사의 흐름을 반영한다는 모 언론사 필기시험에도 출제됐었다는 썰도) 

카터 대통령이 펨브롤리주맙이라는 이름을 외는데만 3주가 걸렸다는 이 약은 아무튼 그렇게 PD-1의 면역관문을 억제하는 것으로 추정된

다.

 

마치 흑색종 임상시험이 800명 규모로 이뤄진 것 같지만,

흑색종 허가 당시의 임상시험은 173명을 대상으로 89명은 3주에 한번씩 2 mg/kg를, 나머지 84명은 10 mg/kg를 투여 받았고, 이 때 1차 목표치인 반응률 10%를 넘겨 24%의 ORR을 기록했다. 1명은 암이 완전히 사라졌고, 나머지 20명은 부분적으로 암이 줄어드는 효과를 보였다. 종양학적 용어로는 완전관해 1명, 부분관해 20명의 우수한 성적을 거뒀다라고 쓸 수 있겠다.

이 지루하디 지루하고 복잡한 임상시험 과정을 거쳐서 최종 용량은 2mg/kg를 3주마다 1번씩 정맥주사로 투여 받는 것으로 결정됐다는 것 이다. 하지만 한국을 비롯한 동양권에서는 흑색종 환자는 많지 않다는 사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부에 생긴 점, 알고 봤더니 암. 같은 정보 반 낚시 반의 제목 덕분에 점의 크기가 커진 건 아닌 지 이거 암은 아닌지 뚫어져라 쳐다보고 병원을 찾는 사람들은 많아졌지만. 그러다보니 한국 내 관심은 자연히 FDA에 적응증 확대 승인 신청을 했다는 폐암 관련 임상에 모아질 수 밖에 없다.

(이쯤에서 의아의아!  Merck & Co. 본사, 홈페이지의 보도자료를 확인 하고 보니 우리나라 보도는 정정되어야 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링크 참고 : http://www.mercknewsroom.com/news-release/oncology-newsroom/treatment-advanced-non-small-cell-lung-cancer-nsclc-keytruda-pembroli)   

 

보도자료의 내용대로라면, 적응증 확대를 신청하고 NEJM과 AACR에서 발표된 암종은 소세포 폐암이 아닌, 비소세포폐암(NSCLC)이어야 한다. 그리고 NEJM의 결과 역시

Original Article

Pembrolizumab for the Treatment of Non–Small-Cell Lung Cancer

Edward B. Garon, M.D., Naiyer A. Rizvi, M.D., Rina Hui, M.B., B.S., Natasha Leighl, M.D., Ani S. Balmanoukian, M.D., Joseph Paul Eder, M.D., Amita Patnaik, M.D., Charu Aggarwal, M.D., Matthew Gubens, M.D., Leora Horn, M.D., Enric Carcereny, M.D., Myung-Ju Ahn, M.D., Enriqueta Felip, M.D., Jong-Seok Lee, M.D., Matthew D. Hellmann, M.D., Omid Hamid, M.D., Jonathan W. Goldman, M.D., Jean-Charles Soria, M.D., Marisa Dolled-Filhart, Ph.D., Ruth Z. Rutledge, M.B.A., Jin Zhang, Ph.D., Jared K. Lunceford, Ph.D., Reshma Rangwala, M.D., Gregory M. Lubiniecki, M.D., Charlotte Roach, B.S., Kenneth Emancipator, M.D., and Leena Gandhi, M.D. for the KEYNOTE-001 Investigators

N Engl J Med 2015; 372:2018-2028May

(http://www.nejm.org/doi/full/10.1056/NEJMoa1501824)

 

비소세포 폐암이며 연구 결과 역시 보도 원문과 완벽하게 일치한다.

미약한 개인의 힘으로라도 정정하자면,

 

495명이 Assign 된 것은 맞지만, 최종 분석에 사용된 수치는 313명 뿐 이다. 일종의 종양 표지자인 PD-L1의 비율이 50% 이상 감소한 총 73명의 환자들  중 45.2%에서 완전 또는 부분 관해를 나타내는 overall-response rate (ORR)을 보였으니, 전체 환자의 50%에서 종양이 다 줄어든 것도 아니다. PD-L1이 50% 미만 줄어든 103명의 환자 중 완전 관해율은 16.5%, PD-L1 수치가 1%도 줄지 않은 28명 중 종양이 줄어든 환자는 10.7%로 낮아진다. 그도 그럴 것이, 키트루다의 작용 기전이 PD-1과 PD-L1 사이의 상호작용을 막는 것 이니 말이다. 모든 환자 를 대상으로 한 ORR은 19.4%이니 절반과는 차이가 꽤 크다.

 

반응이 지속된 기간의 중간값(median, 평균이 아니다. 전체 환자를 100명으로 보면 그 중 50등의 위치를 나타내는 값이다)은 12.5개월, 종양이 더 이상 자라지 않는 상태로 유지되는 기간을 뜻하는, 무진행생존기간(PFS : Progression Free Survival)의 중앙값은 3.7개월 이었다. 전체 환자들의 생존기간의 중앙값(Overall Survival, median)은 12.0개월 이었으나, PD-L1이 50%에 못 미치게 감소한, 즉 반응 성적이 상대적으로 좋지 못했던 환자들의 경우에는 6.3개월로 전체 평균에 미치지 못했다.

 

이를 바탕으로 미 식품의약국인 FDA에 적응증 확대 신청을 했고, 이 검토 신청은 6월에 받아 들여 졌다.

 

적응증 확대의 승인 여부가 판별될 것으로 알려진 날짜는 10월 2일, 적어도 PD-L1의 감소를 보이는 폐암 환자들에게들에게는 어쩌면 또 다른 터닝포인트가 될 수도 있으니,

 

10월 2일, FDA가 내릴 Target Action을 기다려 본다.

 

 

 

 

 

 

 

 

 

 

Posted by Ms.삐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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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종이 신문 속 딱딱한 글씨체를 꺼내보는 것은 또 다른 즐거움이다.

내가 잊고 있었던 어제를 타인의 어깨너머로 보는 설명하기는 묘한 기분.

 

열린 의사회 속 약사회 회원으로 손을 보태고, 온라인 서포터즈로 따뜻한 마음들을 응원하다보니 문득 그 시작이 궁금해졌다.

19975, 몽골로 떠난 7인의 의료봉사가 시작 이었다는데

내 또 다른 사랑인 미디어는 어떻게 열린 의사회 를 보고 있는지 발굴 시자~!

 

 

<열린 의사회를 다룬 가장 오래된 지면 - 동아일보의 1997년 10월 30일 33면 출처 :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

 

기사 내용은 열린 의사회 11/1~7일 사이 미얀마의 앙곤으로 의료봉사를 떠난다는 것.열린 의사회 의 시작은 몽골이었으되, 같은 해에 앙곤지역에도 사랑을 전하러 갔었구나 하고 열린 의사회 에 조금 더 가까워진 기분.

 

두 번째 기사는 2년을 점프.

 

<열린 의사회의 국내 정기 활동 현황을 알 수 있는 기사 - 경향신문의 1998년 11월 09일 27면 출처 :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

 

1998119일의 인터뷰 기사. 열린의사회http://www.opendrs.or.kr/의 초창기 활동을 알 수 있다.

지금 성로원, 디딤자리, 민들레울, 재활플러스 등 정기적 활동을 펼치고 있는 것처럼 

초창기에는 SOS 어린이마을, 임마누엘의 집, 지광원, 베데스다 요양원 등에서 활동을 펼치셨구나 라고 또 한번 고개를 끄덕 끄덕.

  

일년을 더 건너뛰어 199719일의 기사에서는 몽골과 미얀마 활동에 대한 현지 언론의 반응도 엿볼 수 있다.

 

<열린 의사회의 미얀마 봉사활동에는 무려 2000명이 넘는 사람이 운집했고, 현지 언론의 극찬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 기사 - 경향신문의 1999년 7월 19일 7면 출처 :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

 

경향신문 이준규 기자의 펜을 빌어서 알게 된 사실은 열린의사회15년 전에도 가장 존경받는 (의사)집단 이었고,

동아일보 기사에서 짤막한 안내로 만났던 앙곤의 의료봉사에서는 무려 2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당시 미얀마 현지 언론에서는 국경을 초월한 사람들의 의술단이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옛 지면 보기가 가능한 언론사가 많지 않다 보니 포털에선 아무리 찾아도 겨우 3건. 항암제 관련 언론 보도를 분석해 석사 논문을 쓰던 그 때를 추억해가며 한국언론재단의 미디어가온 - 기사 검색 서비스까지 진출!

열린의사회의 발자취를 쫓아보기로 했다.

그렇게 찾은 발자국 중엔, 몽골 정부로부터 외국인 최초로 대통령 훈장을 받았다는 소식을 발견했다

 

심지어는 과로로 자원봉사자가 쓰러지기도 했다니(!) 놀랍고

월 2회 의료봉사 연 2회 해외진료라는 글귀에서 15년 새 열린의사회에 도착한 따뜻한 마음들이 얼마나 많았는지 (내가 한 건 없지만) 괜스레 뿌듯하다.

2003년엔 '사랑의 하프 마라톤 대회'를 개최하기도 하고

2004년에 사무실은 예일빌딩에 있었고, 또 사무국 한켠에 외국인 근로자를 위한 진료소를 차리기로 했었다는 사실 등 홈페이지에서는 못다한 열린의사회의 역사들이 하나 둘 발굴되는 쏠쏠한 재미란:)

 

<동대문구 예일빌딩에 차려진 무료진료소, 약국, 접수, 진료모습 등 세월의 흔적은 보이지만 요즈음과 그 모습이 크게 다르지는 않다 - 출처 : 세계일보 DB>

 

포스팅을 시작할 때 나의 마음도 끝까지 열심히 해야지 였는데, 꼭 그러지는 못했던 것 처럼

처음 마음을 끝까지 지켜가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열린의사회는 처음 마음을 지켜가는 것은 물론 더 발전시키고 꿈을 더 크게 키워 온 앞으로도 쭉 나의 주말을 채워줄 마음속 그곳이다.

주말이면 저와 따뜻한 마음을 가진 동료들을 만나러,

Welcome to 열린의사회 

 

이상, 열린의사회 온라인 서포터즈에서 주로 게으름과 건망증 등등 Side effect를 담당하고 있는 저, 희원이었습니다.

 

Posted by Ms.삐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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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따뜻한 사람들, 열린의사회의 활동을 응원하는 온라인 서포터즈의 막내 슬연양이 필리핀 의료봉사에 참여하기 위해 일요일 출국했다. MERS-CoV의 영향으로 잠시 멈췄던 열린의사회의 따뜻한 발걸음, 신발끈을 고쳐매고 떠나는 곳이 필리핀이라니, 뜨거웠던 작년 5월의 필리핀 이야기를 다시 끄집어 내 본다.

 

 

 

내가 약사라는 사실이 드물게 뿌듯해 지는 순간. 열린의사회 의료봉사를 떠나며 공항에서 받은 이름표와 안내책자

 

<열린의사회, 104차 의료봉사>

 

귀하는 여행제한지역을 포함한 국가를 여행 중 입니다. 제한지역 체류 여부를 확인하기 바랍니다.”

빠듯했던 진료 일정을 마치고 도착한 타클로반 공항, 모두의 핸드폰으로 날아든 외교부의 경고 문자에 다들 피식, 웃고 말았다.

 

교민 피습 사건이 일어난 앙겔헤스, 내전 때문에 진짜 여행제한지역인 민다나오, 평온하기 그지없는 세부와 보라카이 섬 까지 너무 많은 섬들도 이뤄진 필리핀 이었기에 가능한 일 이었다. 속속들이 알지 못하는 낯선 곳, 타클로반에 첫 발을 내딛던 새벽에 저 문자를 받았더라면 움찔 했을지도 모르겠다.

 

뉴스와 인터넷을 통해 미리 만난 타클로반의 모습들은 하이옌의 공격 앞에 속수무책으로 울부짖는 모습, 이 지역에서만 오천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다던 사실 등 그야말로 앞이 깜깜. 쉬워 보이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휘어진 전봇대, 앙상한 뼈대만 남겨진 집, 하이옌 이전엔 마을이 있던 곳 이다. .ⓒ열린의사회> <쓰러진 전봇대가 집을 완전히 덮쳤다. 마당의 빨래들이 말해주듯 여기도 아직 사람이 산다.ⓒ열린의사회>

계획보다 하루 적은 3일의 진료를 마치고 돌아서는 우리에게 타클로반은 절망의 도시도, 슬픔의 도시도 그렇다고 공포의 도시도 아니었다. 사소한 친절에도땡큐로 답할 줄 알고 하얀 이가 드러나 보이는 환한 미소가 일품인 우리의 또 다른 이웃들의 삶터 일 뿐이다.

 <타클로반의 우리 이웃, 진료소를 찾은 꼬마. 큰 눈이 인상적이다. .ⓒ열린의사회>

 

타클로반, 짧았지만 유익했던, 한국의 여름 찜통더위를 연상케 하는 한 여름밤의 꿈, 그 기억을 지금부터 더듬어보려고 한다.

 

<봉사단, 타클로반을 만나다>

 <공항 바로 바깥, 우리가 마주한 타클로반의 첫 시내 모습 ⓒ열린의사회>

비행기 문을 나선 우리를 맞는 건 공항과 비행기를 연결하는 작은 버스가 아니었다. 철골구조가 앙상히 드러난 단층 건물. 그 흔한 유리창 하나 없이 활주로와 연결된 대합실, 아직도 하이옌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공항이다. , 툭 하는 소리와 함께 가방을 토해내는 자동식 컨베이터 벨트 대신 사람이 날라다 부서진 컨베이어 벨트위에 옮겨두는 가방, 있으나 마나한 컨베이어벨트는 부서져 움직이지 않았고, 우리는 주위를 기웃기웃 가방을 들어 올려야 했다. 모든 것이 낯설기만 했다.

 

<5박 7일간 우리의 필리핀 여정을 보살펴 주신 고마운 분들. 문철아저씨, 루디아저씨, 박현모 회장님 ⓒ열린의사회>

 

 

 

졸린 눈을 비벼가며 이른 아침, 현지인들이 즐겨 찾는다는 24시간 치킨집에서 올 데이 브런치 메뉴로 하루를 시작했다. 그릇 한 켠엔 햄버거처럼 포장된 무언가가 놓여있다. 포장을 열면 나오는 것은 밥, 밥알이 날리는 까닭으로 마치 케잌처럼 꼭꼭 눌러 포장해 뒀다. 2000, 한국에서 유행했던 라이스버거의 패티를 보는 듯한 기분이다. 밥을 먹으면서 또 하나 배웠다. 필리핀에서의 모든 것은 “Slow food"라는 것. 피자 배달을 시켜도 주문부터 도착까지 30분이 채 걸리지 않는 한국에서 온 우리는 예상치 못한 느림에 당황했다. 이내 적응해서 남은 필리핀 봉사기간은 모두 Slow, So Slow에 익숙해 졌고, 마지막 날 예기치 못한 불행 앞 에서도, 지프니 안에서 웃고 떠드는 긍정의 미학을 몸소 실천하는 봉사단이 되었다.

 

도착 첫날 예정대로라면 오후 진료를 해야 했다. 그러나 일요일이었던 그날 현지의 원활하지 못한 협조로 도착 첫 날 맥아더 기념공원과 이멜다 하우스를 비롯해 아직은 회복되지 않은 시내 곳곳을 돌아다녔다. 한국전 당시 UN군 참전의 물꼬를 터 준 당시 의장도 필리핀 사람이었고, 일본의 3 6개월 지배 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희생됐으며 맥아더의 상륙작전을 기념하는 것 등 많은 문화를 우리와 공유한 필리핀이었다.

 

해안가에 위치한 맥아더 기념공원은 더 없이 평안했다. 수평선을 마주한 잔디밭 위, 잘려나간 시멘트 기둥을 삐죽이 비집고 나온 휘어진 철근 덩어리가 아니었다면 태풍이 스쳐 지나갔다는 사실을 잊어버릴 만큼 평화로웠다. 공원 아래를 지나는 하수도 주변에서 놀고 있는 꼬마들의 짝짝이 신발, 헤어져 구멍이 나 버린 빨간 티셔츠가 아니었더라면 타클로반이 수마에서 벗어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아직은 가난한 도시라는 것을 깜빡할 만큼 새파란 하늘은 아름답기만 했다.

 

그리고 도착한 이멜다 여사를 기념하는 San nino 성당.

겉보기엔 화려해 보이는 이 곳은 입장할 때의 요금, 사진기 혹은 캠코더를 소유하고 촬영을 할 때 받는 추가 요금이 매겨졌다. 입장할 때 요금을 매기던 가이드는 성당 앞 좌석으로 우리를 안내했고, 불을 켰다. 그리고 1층의 손님 방 하나하나를 친절히 설명했다. 한국에서 왔다는 우리 일행에게 1층 몇몇 손님 방에 남아있던 자개장을 이것도, 저것도 KOREA에서 왔다며 연신 소개해 줬다. 그녀의 안내를 받으며 총 3층 건물을 모두 구경했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진귀한 보물은 다 가져다 놓은 듯한 이곳도 하이옌의 손톱을 피해가진 못했나보다. 3층 스테인드글라스의 곳곳, 중국식 도자기의 일부는 금이 가고 또 깨졌다. 비틀어진 채 말라버린 어두침침한 색의 커튼과 카펫도 원래는 훨씬 고운 색 이었다고 한다. 실제 우리가 만난 그 집은 그렇지 못했지만. 마닐라로 돌아갈 때 모두 싸 갔다는 3천 켤레의 구두만이 하이옌의 습격을 피한 유일한 보물인 듯 했다. 

 

꾸벅꾸벅 버스 안에서 졸아가며 도착한 해안가.

고개를 높이 쳐 든 배의 꼬리 뒤 진흙탕엔 어느새 집들이 빼

 

곡하게 들어찼다. 하이옌에 떠 밀려 해안가에 박힌 배 뒤편으로 얼기설기 대충 지은 집 이었다. 태풍의 습격때 가장 많은 피해를 본 빈민들이 새로 정착한 곳이었다. 선주는 배를 빼기위해 주민들을 쫓아낼 수도 배를 포기할 수도 없어 배와 사람의 공존이 시작됐다고 했다. 하이옌의 상처를 가장 잘 보여주는 풍경이었다.

 

피곤한 첫날, 거나한 해물 그릴 요리로 배를 채우고 돌아오는 길, Fiesta 축제 알바를 하고 있는 가이드 R.M을 만났다. 아니 우리를 위한 자리를 마련했다는 말에 숙소로 오는 길 부러 들렀다고 해야 맞을 것이다. 아침엔 다른 마을 노래대회에 참가를 하느라 늦었다더니, 오늘 저녁엔 댄스 경연대회의 사회를 보고 있는 그였다. 고작 5개월이 지났을 뿐인데 예정대로 피에스타를 즐기는 타클로반 사람들이 언뜻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처음 그들은 성호를 그리며 욜란다(하이옌의 필리핀 식 이름)가 할퀴고 간 형제, 이웃을 위해 기도했다. 일상을 작년과 또 그 이전과 다름없이 살아가는 것이야 말로 그들 나름의 슬픔을 이기는 방식이었던 셈이다. Korea open doctors society를 소개하며 우리의 하루는 그렇게 저물었다.

 

<도착 2일째, 오늘도 Slow>

 

타클로반의 아침은 새벽녘 목청껏 우는 닭 울음과 함께 시작된다. 여덟 시, 숙소를 출발한 버스는 숲으로 깊이 더 깊이 들어갔다. 도저히 길이 없을 것만 같은 곳까지 들어가고 나서야 도착을 알렸다.

 

들었던 대로 농구코트를 진료 장소로 사용하기로 돼 있었다. 전기를 써야하는 치과는 보건지소 건물 안을 쓰기로 했고, 나머지 진료과와 약국은 천막이 설치되길 기다렸다. 일요일, 식당에서 만났던 Slow So Slow가 한 번 더 실현되는 순간이었다. 느긋한 시청 직원들은 천천히 또 천천히 농담도 주고 받고, 괜스레 농구공도 한 번 튀겨가며 천막을 설치했다.

<농구장에 설치된 첫 날 진료소 현장 ⓒ 열린의사회>

 

 

그렇게 천막이 완성되는 동안 의료진들은 수줍음이 많은 짐짐(8)에게 몇 번이고 말을 걸었다. 유치원생쯤 돼 보였는데 8살이란다. 학교도 다닌다고 했다. 필리핀은 한국과 달리 4월과 5월이 가장 더운 시기라 여름방학이 한창이었다.

 

“She is my mom" 분홍색 크로스백을 메고 임시 진료실 만들기를 도와주는 시청직원을 가르키며 한 딱 한마디, 그것이 짐짐이 우리에게 먼저 건넨 최초이자 마지막 말이었다. 말갛게 웃는 짐짐의 입은 사탕 때문에 초록색으로 물들어 있었고, 여느 타클로반 아이들처럼 송곳니 하나는 까맣게 썩어있었다.

 <접수, 접수대 앞에는 필리핀에서는 귀하다는 물, 그리고 구충제 Albendazole ⓒ 열린의사회>

완성된 천막 아래서 진료와 투약이 시작됐다. 더운 농구코트 진료실에서 가장 유용했던 건 자원봉사자 김영지 선생님이 가져오신 튼실한 부채였다. 인천공항에선 미처 고마움을 몰랐던 부채, 바람한 점 없이 쨍쨍한 타클로반의 햇볕을 견딜 수 있게 해 준 우리들의 친구였다.

 <낯선 부황과 침, 한의과 치료를 받는 필리핀 사람들과 보훈처 양홍준 사무관님 ⓒ열린 의사회>

  <봉합 중인 외과 최석진 선생님, 이번 의료봉사의 단장 이시기도 했다. ⓒ열린 의사회>

치과가 진료하던 건물 안에도 싱크대 시설만 있을 뿐, 가동은 되지 않았다. 물이 잘 나오지 않는 것이다. 아침 진료를 시작하기 전 마실 물을 하나씩 쥐어주시며물이 귀한 곳입니다라던 박현모 회장님의 말에 그제서야 공감하게 됐다.

<치과는 한국에서건, 필리핀에서건 무서운 곳 이다. 진료중인 치과 김슬기 선생님 ⓒ열린의사회>

 

이날 진료소에는 어린 아이 환자들이 많았다. 대개는 피부병, 중이염을 앓고있었다. 생각보다 많은 의사, 시내 곳곳에 위치한 generic 약국 등 겉보기에 의료 접근성은 좋아보였는데 꼭 그렇지만도 않았다. 열악한 수도시설이 문제였나 보다.

<천사의 미소, 내과 박경아 선생님 ⓒ 열린의사회>

 

“What is Cimetidine?"

냉장고 없어요.”

 

첫 진료, 그리고 복약지도를 하며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었다. 중이염을 앓는 아이들이 많았고, 부스럼과 고름 등 피부병을 주렁주렁 매달고 온 아이들도 많았다. 항생제를 필요로 하는 아이들이 많았고, 한국에서의 습관처럼 아목시실린 처방에 냉장보관을 말했다. 어김없이 돌아오는 말은 "No refrigerator, 냉장고 없어요였다. 찌는 듯 더운 날씨 습관처럼 당연히 냉장보관을 말했던 나는 처음 삼세판의 실패 이후 전략을 바꿨다. 일주일이 지나면 역가가 떨어지니 먹여선 안된다는 말, 선생님 처방대로 거르지 말고 약을 다 먹어야 한다는 말, 햇볕에 직접 닿지 않도록 하라는 말로 냉장보관을 대신했다. 

 

 

Generic 약국에서 Repeat 처방을 자유롭게 살 수 있다는 말, 그리고 따갈로그어 대신 영어를 할 수 있는 주민이 많다는 것. 타클로반 주민들은 아는 것도 많았고 궁금한 것도 많았다. 치과 처방을 받아오는 사람들마다 솜을 앙 문채 힘든 발음으로, 혹은 약국을 다시 찾아와 묻는 말, “What is cimetidine?" 이었다. Gastritis, Gastric cancer 등등 Gastric이라는 단어만 읽고 쓰다 보니 Stomach이라는 쉬운 단어가 반나절도 더 지나서 생각났다는 건 이제서야 밝히는 비밀이다.

 

<진료 2일째, 건물 안이 훨씬 더워>

 

이틀째 진료, 아주 좁은 대지가 될 수도 있다는 예상과 달리, 현지 교회의 협조를 얻어냈다.

 <이틀째 진료장소였던 교회 - ⓒ열린의사회>

 

<진료소인 교회, 겉보기엔 멀쩡해 보였지만 하늘이 보인다. 지붕이 없어서다 ⓒ 열린의사회>

교회를 빌렸고, 어제보다 순조로울 것처럼 보였다. 교회라고 부르는 곳도 철골만 그대로 서 있을 뿐 바깥의 집들과 비슷했다. 지붕은 UNDP UNHCR협찬. 바깥의 얼기설기 지은 집들처럼 천막을 얹었을 뿐이다. 하나 다행인 건 전기가 연결돼 있다는 것, 학교 급식소에서나 볼 법한 물건인 프로펠러마냥 생긴 선풍기가 있었다는 것이었다.

 <전기가 연결되고, 치과 컴프레셔가 돌아갔던 데는 보이지 않는 노력들이 있었다. 장비 확인중인 박인철 팀장님 ⓒ 열린의사회>

진료가 시작되고, 시원할 줄만 알았던 건물 안, 강력한 선풍기는 환자에겐 행복이었을지 몰라도 약국에겐 재앙이었다. 너무 강한 바람덕분에 처방전도 약도 모두가 날아가버리는 것이다. 찜통 같은 더위 속에 모두들 향유하는 문명의 이기조차 약국에겐 허락되지 않는 것.

 

가장 늦게 점심을 먹고(약국에서 일하는 한 모든 일정의 마무리가 이 곳임은 숙명이다.)있는 도중 물을 가득 머금은 천정이 한바탕 폭우를 내리는 해프닝도 있었지만 그럭저럭 우리의 오전은 잘 마무리 되는 듯 했다

 

이틀 쯤 되고, 하루에 각자 백 명쯤 되는 사람들을 만나다 보니 콩글리쉬와 필리핀 영어에 서로 익숙해졌다. 몇몇 단어만으로 의사소통이 되는 것이다.

 

그러다 만난 아홉 살 꼬마아가씨. 예쁘장한 얼굴로 내게 묻는다. 물론 영어로. “마리아는 한국어로 무슨 뜻이죠?” ... .... 마리아 이즈 마리아.

마리아는 한국말로도 마리아지. 그럼. 믿을 수 없다는 듯 계속 리얼리를 되풀이하는 그 아이, 마리아에게 내가 해 줄 수 있는 말은 예스, 뿐이다.

 

어린 아이들이 잔뜩, 항생제 시럽을 몽땅 쓴 나머지 결국 유발과 유봉을 꺼내들고, 부족한 치과의 전기를 나눠썼던 하루였다. 아목시실린 그리고 떨어져 버린 암브록솔 시럽이 도착하기 전까지 잠깐이지만 포장된 약들과 시럽대신 갈고 부수고, 그 땐 앞이 깜깜했었지만 돌이켜 생각해 보면 시련의 시간이 짧게 지나간 것에 모든 일이 지난 지금은 그저 감사할 뿐이다. 

 

 

아테놀롤 50mg만 챙겨져있는 약국. 어린 천식 환자가 먹을 별도의 약이 없었던 약국. 봉사지에서 으레 만날 수 있는 현실이다. 그래도 어떠한가, 약이 아주 없지는 않고, 아테놀롤이고 살부타몰이고 반 알로 자르기만 하면 그들에게 꼭 맞는 맞춤약을 줄 수 있는데 무엇을 꺼려한단 말인가.

 

<진료 3일째, 아른아른 눈에 밟히는 타클로반 사람들>

 

3일째 진료이자 떠나기 전 마지막 진료. 국내선 비행기 스케쥴 때문에 우린 오전밖에 머무를 수 없었다. 늘 대충대충 좋은 게 좋은거지 식이던 필리핀 시청 직원들이 오늘따라 매우 친절해서 마음을 불편하게 한다. 더구나 오늘 우리가 찾은 동네는 진짜 피난처(Shelter). 하이옌으로 집을 잃은 사람들이 모여 사는 집단 거주지다.

 <진료소로 사용했던 피난처 - Shelter - 의 모습 ⓒ 열린 의사회>

약국은 어제의 찜통에 대한 보상인 듯 메인 천막 바깥에 자리잡았지만 그 덕분인지 사방으로부터 불어오는 바람에 부채질 한 번 하지 않고도 오전 일과를 진행할 수 있었다. 원래 평평한 평지가 아닌 탓에 제멋대로 자란 풀들 마저도 낫을 가져와 베어주는 그들에게 우리가 베풀 수 있는 서비스가 오전으로 한정되었다는 것이 그저 아쉬웠다.

<임시 천막 밖에 위치한 약국, 이 많은 종류의 약들로도 타클로반 주민들을 모두 도울 수는 없었다. ⓒ열린 의사회>

 

타클로반 임시 거주지에서 시작된 첫 진료. 으레 건네는 인사인 땡큐 맘 대신 땡큐 시스터를 외치며 접근해 오는 할머니, 적색신호다. 궁금한 것도 많고 두 번 세 번 묻고 또 묻는 할머니. 모두에 대한 미안함 때문인지 끝까지 미소를 잃지 않고 설명했다. 옆 자리에 앉아 묵묵히 벌써 3명째 복약지도를 해치우는 수정약사에 대한 미안함은 잠시 접어둔 채 였다. 땡큐 시스터를 외치고 돌아간 그 할머니는 한시간 쯤 지나 한창 바쁠 때에 다시 나타났다. 꼬리물기를 하듯 동네 친구 세 분을 주렁주렁 매달고 찾아왔다. 어김없이 땡큐 시스터를 외치더니 하는 말.

이 할멈, 이 할멈도 눈이 침침해. 아까 그 약 이치들에게도 좀 줘.”

아이쿠. 

 

마지막 날 날 당황시킨 두 번 째 환자. 시작은 늘 그렇듯 똑같았다. "이 약도 있어요?“

이 약도 있냐는 말은 내가 이미 약을 알고 있고, 궁금한 것도 많습니다. 그리고 나는 영어를 할 줄 압니다. 라는 세가지가 복합된 현장에서 가장 무서운 말 이었다. 물론 나를 가장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어서 입에서 단내가 나도록 손짓 발짓을 해가며 한바탕 떠들고 나면 가장 나를 뿌듯하게 하는 분들이었지만.

 

오늘의 의뢰인, 그가 가지고 온 건 자신 몫의 발살탄, 그리고 아내의 약이라며 보여준 심바스타틴이었다. 20년 전 쯤 미국에서 발명 된 약들. 한국에서도 제법 고가에 속하는 편인 약들이었다. 그 후로도 혈압약은 같은 계열로만 7, 고지혈증약도 5개가 개발 되었으니 아주 새로운 약은 아니지만 한 시대를 풍미했던 블록버스터 약들을 가지고 왔다는 것 만으로도 필리핀이 의료 낙후국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기도 했다. 우리가 가져간 혈압약은 CCB인 암로디핀, 그리고 베타 차단제인 아테놀롤이 다 였다. 모자라는 약품은 아니었고, 혈압을 낮추는 효과도 탁월했지만 꼭 같은 약만을 찾는 타클로반 사람들의 요구를 모두 만족시킬 순 없었다.

 

임시 거주지 내 고작 방 한칸 거실하나로 된 컨테이너 박스에 사는 그들은 늘 웃었고 행복했다. 성냥갑처럼 똑같은 곳에 살면서 어찌 행복할 수 있는지 묻는 내게 영지샘은 답을 주셨다. 대피 경보를 내렸을 때 TV가 있고, 자동차가 있는 사람들은 이미 다수가 피난을 갔다고. 우리가 알고있는 오천이 넘는 이재민은 지금 이 쉘터에 모여있는 사람들처럼 내 몸 하나 뉘일 땅을 살 수 없어, 물가에 수상가옥을 지어야만 했던 빈자들이라고.

 

그러다 보니 처음 가진 내 집, 공동 수도와 공동 취사장이지만 불을 피울 수 있고 수도꼭지를 틀면 나오는 물은 그들에겐 처음 갖는 행복일 것이라고. 최악의 사태를 맞고 나서야 가질 수 있는 행복이라는 것이 아이러니 하긴 했지만 이런 내 생각을 무색하게 이곳의 사람들은 알록달록 커튼을 드리우고, 집 앞엔 꽃밭도 가꾸면서 오늘을 즐기고 있었다.

 

지난 주 케이팝스타가 다녀갔다며, 한국식 영어엔 익숙하다 웃어 보이는 이곳 주민들.(우리와 간발의 차로 엇갈린 아라우 부대를 방문했던 MBC 진짜 사나이팀인 것 같았다) 우리는 이들의 미소를 영원히 잊지 못할 것만 같았다.

 

 <박현모 회장님과 필리핀 꼬마 ⓒ열린의사회><공항에서 나눠가진 폴라로이드, 마음 따뜻한 사람들을 나는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 열린의사회>

 

 

 

Posted by Ms.삐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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