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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리스트를 꿈꿨던 10년차 약사입니다. 신문과 방송 속 의약보도를 꼼꼼하게 읽고 필요한 정보를 나눕니다. Ms.삐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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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 사람들이요? 놀라거나 허둥지둥 하는 건 없어요, 오히려 편안합니다.” 

<지진이 일어난 현장을 지나고 있는 네팔 사람들 -ⓒ열린의사회>

14일 목요일, 태평로 1가에 위치한 열린의사회사무국에서 만난 의료지원팀 박인철 팀장. 박 팀장은 그제 새벽 일주일간의 긴급 구호를 마치고 막 한국에 돌아온 참 이었다. 그가 전해온 네팔의 일상은 비통함, 절망감 등 재난지역에서 보일 법한 일반적 정서와는 조금 달랐다. 피해가 덜해서도 상황을 체념해서도 아니었다. 네팔을 관통하는 윤회사상덕분이었다. 세상의 만물에 ()’이 깃들어 있다고 믿는 네팔 사람들은 다시 태어날 것을 믿기에 이 모든 일들을 신의 뜻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열린의사회는 어떤 단체? http://www.opendrs.or.kr>

 

 

<신두팔촉 의료지원 캠프에 참여한 열린의사회, 기아대책 단원들, 사진 맨 왼쪽이 박인철 팀장-ⓒ열린의사회>

 

 

그러나 지진은 실재했고 재난을 이겨내는 사람들을 위한 도움이 필요한 것만은 사실이었다.

  <지진으로 무너진 집 - -ⓒ열린의사회>

박 팀장이 속한 열린의사회또한 어려움에 처한 우리 이웃들을 돕기 위해 네팔로 향했다. 지진 발생 일주일 후였다. 국제사회의 많은 도움의 손길이 답지했고, 한국 정부 역시 공식적으로 의료팀(KDRT)을 파견한 뒤 였다. 정부가 공식 파견한 KDRT에어텐트’ 1동을 설치해 수도 카트만두에서 30분 가량 떨어진 교외에서 지진 피해자들을 진료하고 있었다.

 

먼저 떠난 다른 단체들의 활동도 다르지 않았다. 대개 KDRT 주변에서 협력, 진료를 진행하는 형태였다. 열린의사회의 선택은 달랐다. 3명 만을 파견했다. 아이티 지진, 필리핀 타클로반 등 재난지역 긴급구호 경험이 많은 베테랑들로만 구성된 정예부대였다. 파견 장소도 달랐다. 최초 진원지인 고르카 지역에만 세계의 시선이 집중된 가운데, 최초 지진 이틀 후 발생한 이차 강진 지역인 신두팔촉(Sindhupalchowk)의 산간 지방구호팀의 베이스 캠프로 정했다. 세계 최고(最高)의 산인 에베레스트와 히말라야의 고봉(高峰)을 포함해 국토의 70%가 산지임을 고려한 선택이었다. 의료 캠프는 대개 산 아래 마을에 위치하고, 고산지대에는 헬기를 이용한 보급품의 공급이 이뤄진 것을 고려한 결과였다. 주로 해발 2000~3000m 지역을 4륜 구동 7인승 지프차량 한 대로 이동했다. 일종의 왕진(往診)이었다. 산악지역을 잇는 대부분의 도로가 끊어져 산길을 달려야 했고, 급커브 길에서 지프차량의 앞바퀴가 빠지는 아찔한 경험도 있었다고 박 팀장은 전했다. <이동에 이용한 지프차량, 대부분의 도로가 유실돼 이동에 어려움을 겪었다 -ⓒ열린의사회>

 <ⓒ열린의사회>

찢어지고 다친 1차 지진 피해자가 남아 있을 거라곤 생각하지 않았어요. 오히려 고립으로 인해 생기는 2차 피해자의 진료를 위해 들어갔죠

 

<진료중, 상처부위를 꿰매고, 소독하고 있다 - ⓒ열린의사회>

 

<찢어진 부위를 소독하고 꿰매고 있다, 지진 8일차이지만 이런 열상 환자들이 여전했다 - ⓒ열린의사회>

네팔 현장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환자를 묻는 질문에 박 팀장은 누구라고 콕 집어 말하긴 어렵다며 방문 목적을 다시 설명했다. 급환이나 중환자는 이미 다른 구호팀들이 진료를 마쳤을 것이란 예상과는 다르게 돌아갔던 현지 상황도 함께 전했다.

 

“(가기 전 현지 상황을 전해 듣고 예상했던 것 보다)3배 정도 수처(suture, 봉합)를 많이 한 것 같아요. 지진이 나고 열흘 가까이 지났는데 아직 상처가 벌어진 채 집이 있던 자리를 지키는 사람들이 많더라고요.”

 

상처 봉합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예상보다 많았으니 수술 재료가 모자라는 건 당연지사. 녹는 실 대신 다시 병원을 찾아 실밥을 뽑아야 하는 고전적인 봉합사를 쓸 수 밖에 없었다.

  <봉합사를 이용해 상처를 꿰매는 중, 등 뒤로 진료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보인다 -ⓒ열린의사회>

아쉽죠. 환자에게 직접 2주가 지나고 난 뒤에 산 아래 캠프에 가서 봉합사를 빼야한다고 알려주긴 했는데일종의 응급처치만 겨우 하고 온 셈이에요.”

 

다 무너져 버린 마을. 마을 공터 한 켠에 준비한 비닐 장판 위에서 수술을 하고, 진료를 했다. 해가 지면 환부가 보이지 않으니 그나마도 불가능했다. 보다 많은 환자들을 돌보기 위해, 의료 혜택이 없었던 지역을 돌아보기 위해, 노숙(비박, bivouac)까지 해 가면서 일주일을 아껴썼다. 녹록치 않은 환경에서 최선을 다 했다. 그럼에도 도움이 필요한 환자들을 남겨놓고 온 건 아닌가하고 되돌아보게 된다는 박 팀장의 목소리에는 진한 아쉬움이 묻어났다.

 

<산 아래 캠프보단 크지 않아도, 열린의사회의 의료캠프에 모여든 사람들 - ⓒ열린의사회>

 

 

 

1차 긴급 구호 활동은 아쉬움을 남긴 채 마무리 됐다. 하지만 열린의사회의 네팔지원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태풍 하이옌 피해를 크게 입었던 필리핀 타클로반 지역에 긴급구호를 포함해 모두 4차례의 의료 지원을 진행했던 것처럼 네팔과의 동행도 이제 막 시작됐을 뿐 이다.                                                                                                                                                                            

열린의사회추가 지원은 신두팔촉 군에 대한 구호물품 지원으로 시작 될 공산이 크다. 지진의 직접 피해자들은 거의 다 카트만두, 포카라의 대형병원으로 옮겨 간 상태라 캠프형 의료팀의 활동 보다는 삶의 터전을 잃은 이재민들에게 지급될 구호물자가 더 실질적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아직도 크고 작은 지진이 이어지고 있는 네팔 지역은 곧 우기가 시작된다. 반복된 지진으로 약해질 대로 약해진 지반이 쏟아지는 빗속에서 얼마나 견뎌낼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신두팔촉 사람들은 텐트나 천막은커녕 비 피할 곳, 몸을 데울 담요조차 충분치 않다. 상수도가 파괴된 마을이 많아 우기가 찾아오면 수인성 전염병이 크게 번지지는 않을까 조마조마한 상황이다.

 

대 지진 이전에도 네팔은 다른 나라 의료진의 접근이 쉽지 않은 나라였다. 1주일 남짓 되는 짧은 활동을 위해서도 현지 의사협회 등록 및 인터뷰 절차 등을 거쳐야 하는 곳 이다. 그렇다고 해서 지원을 포기할 수는 없다. 열린 의사회 측은 빠르면 7~8월 경 우기가 끝나는 시점에 2차 의료진 파견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아이들의 미소를 지켜줄 수 있기를 -ⓒ열린의사회>

 

 

 

 

 

 

 

 

 

 

Posted by Ms.삐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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