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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리스트를 꿈꿨던 10년차 약사입니다. 신문과 방송 속 의약보도를 꼼꼼하게 읽고 필요한 정보를 나눕니다. Ms.삐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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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린보이 박태환(26)이 도핑 테스트에서 양성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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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 한국일보>

언론 보도에 따르면 도핑 양성 반응의 원인은 지난 해 7월 맞은 주사 '네비도' 때문으로 추정된다고한다.박태환 측은 해당 시술을 담당했던 의사 김 모씨를 서울 중앙지검에 고소했다. 검찰 조사 결과에 따르면 '남성호르몬 증가'를 위한 주사제 투약이라는 사실은 명확하다. 다만 "네비도 = 테스토스테론"에 대해 의사와 박태환 선수가 얼마나 잘 알고 있었냐가 쟁점이다.

수차례 주사제의 성분을 확인했다는 박태환과 테스토스테론이 도핑 적발 대상 약물인 줄 몰랐다는 의사. 뜨거운 감자, 네비도(Nebido)는 도대체 어떤 약일까?

미국 내 상품명은 Aveed, 성분은 익히 알려진대로 테스토스테론.

용법은 원발성 성선기능저하증(Primary hypogonadism) 남성에게 처음에 750mg,즉 1통을 근육주사하고 그다음은 4주, 3번째 부터는 10주 마다 1번씩 투여하는 것이 원칙이다.

7/29일 투약 한 약물이 9/19일 아시안 게임 당시의 도핑 검사에서는 음성반응이 나왔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나라고 의아해 하는 사람들에게 "약물은 이미 다 빠져 나가서"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반감기"라는 중학교 과학시간 고생대, 신생대 등의 지질시대를 추적할 때 이후 처음 들어본 단어와 함께  

맞는 말이다. 모든 약물은 영원히 몸 안에서 머무를 수 없다. 음식물이 소비되고, 배설된 후 다시 배가 고파지듯 우리가 약을 먹을 때, 또는 주사를 맞을 때 일정한 시간간격을 두고 반복적으로 투여해야 하는 이유다.

반감기(半減期)는 말 그대로 "반으로 줄어드는 데 걸리는 시간"이다.

문제가 된 네비도의 경우, ADME(흡수되어 분포되고, 대사된 후 빠져 나가기까지)  

핏 속에서 약물의 농도가 가장 높은 시간은 4일, 대사된 테스토스테론이 가장 높은 때는 일주일이고(최고 농도를 기록한 때의 시간을 Tmax라고 한다. 약물학에서는) 

90% 가량이 Urine, 즉 소변으로 배출되며, 반감기는 사람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대개 10~100분 사이라고 제조사인 바이엘은 밝히고 있다.

어쨌든 바이엘이 제공하는 제품 정보에 따르면 네비도 주사를 맞고 최대치인 100분, 즉 1시간 40분을 반감기라고 봤을 때(사실 20대 수영선수이므로, 신진대사가 활발해서 반감기는 오히려 짧은 축에 가까울 것 같지만)

투여 후 1시간 40분 경과 = 50% 잔존(375mg)

투여 후 200분(3시간 20분 경과) = 25% 잔존(187.5mg)

투여 후 300분(5시간 경과) = 12.5% 잔존(93.75mg)

투여 후 400분(6시간 40분 경과) = 6.25% 잔존(46.875mg)

투여 후 500분(8시간 20분 경과) = 3.125% 잔존(23.4375mg)

투여후 600분(10시간 경과) = 1.5625% 잔존(11.71875mg)

투여 후 700분(11시간 40분 경과) = 0.78125% 잔존(5.859375mg)

투여 후 800분(13시간 20분 경과) = 0.390625% 잔존(2.9296875mg)

투여 후 900분(15시간 경과) = 0.1953125% 잔존(1.46484375mg)

투여 후 1000분(16시간 40분 경과) = 0.0976% 잔존(0.732421875mg)

투여 후 1100분(18시간 20분 경과) = 0.0498% 잔존(0.3662109375mg)

투여 후 1200분(20시간 경과) = 0.0299% 잔존(0.18310546975mg)

투여 후 1300분(21시간 40분 경과) = 0.01495% 잔존(0.0915527349875mg)

투여 후 1400분(23시간 20분 경과) = 0.007495% 잔존(0.0457763mg)

투여 후 1500분(25시간, 1일 1시간 경과) = 0.0037475% 잔존(0.0228mg)

대충만 계산해봐도 반나절이면 투여량의 1% 이하만 남고, 하루가 지나면 0.003%만 남아 0.02mg만 남는다.

(약물동력학 책을 꺼내놓고 제대로 계산 해 보려했지만, 주어진 정보가 부족해서, 교과서에서 배웠던 공식으로는 계산이 불가능했다.)

원발성 성선기능부전의 진단기준은 체내 Testosterone의 농도가 325ng/dl 이하일 때다.

나노는 10의 9제곱분의 1이니까

325ng/dl  = 3250ng/L = 3.25micro gram/L = 0.00325mg/L 가 진단 기준이 되는 것이다.

반감기는 짧지만, 어마어마한 양이 한 번에 투여된 격이다.(그러니 투여 간격이 4주, 10주겠지만)

 

도핑 문제를 떠나 "네비도"에는 중요한 문제가 하나 더 있다. 바로 안전성과 관련한 부분이다.

네비도는 미국에서 Aveed REMS 프로그램의 운영을 전제로 허가를 받았다. 이 REMS 라는 부분이 심각한 정도의 폐색전을 일으킬 수 있어, 환자에 대한 관찰 프로그램을 운영하도록 한 것이다. 엄격하게 교육받은 등록된 의사만이 네비도를 처방할 수 있음은 물론, 네비도 약물 전체의 구매 및 사용량 전반에 대해서도 통제를 받는다.

한국은 어떨까? 최기형성(기형아 출산)의 가능성이 높은 다발성골수종 치료약 탈리도마이드의 위해관리 프로그램 TRMP를 제외하곤 아직 특정약물에 대한 부작용 모니터링 프로그램의 운영을 국가가 강제하고 있지는 않다. 투여 이후의 PMS에 대해서는 클로자릴의 CPMS처럼 혈액수치와 관련한 장기 부작용을 추적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 마저도 허가 사항에 반영되어있다는 것 뿐, 어겼을 때의 벌칙이나 제제는 없다. 정부가 나서서 모니터링 하지 않음은 물론이다.

만약, 미국과 같은 방식으로 환자에게 충분히 설명을 하고, 동의를 받고 사용량 모니터링과 의사 교육을 철저히 하는 조건으로 허가를 내줬더라면,

테스토스테론이 어떤 약물인지, 어떤 부작용이 있는지 잘 몰랐다는 말을 할 수 있었을까? 걸출한 운동선수의 선수 생명을 쉽게 위협할 수 있었을까?

사용상의 주의사항 항목에 도핑테스트에서 양성반응을 보일 수 있다라는 언급이 있다는 방송보도도 있었지만, 사용상의 주의사항은 글자 포인트 6으로 쓰여진 빽빽한 종이로, 현장에서는 정독하기 쉽지 않다는 것도 문제다. 도핑 주의 혹은 반도핑기구의 로고를 상품 포장 박스에 새겨 넣도록, 라벨(Drug Facts라고 한다. 미국에서는)과 설명서(Insert paper)를 별도 심사를 했더라면 어땠을까?

잘잘못을 떠나. 네비도는 이 바람을 타고 입길에 올랐고, 풍선효과처럼 네비도를 처방받길 원하는 환자가 늘어날지도 모른다.

안전성이나 주의사항의 표기에 인색한 한국의 의약품 허가제도가 아쉬운 사건이다.

 

Posted by Ms.삐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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